子息이 뭔지
아침 여섯 시 반 주방에서 찢어지는 목소리가 들려 온다.
"경아! 일어나라!"
"십분만 더자고"
"그러다 늦겠다!"
"엄마 오 분만 더"
우리 집 아침은 이렇게 시작하여, 한차례 소란이 지나고 일곱 시
반부터 3,40분 동안은 이층으로 이어진 인터폰이 서너 차례는 울
려야 한다.
"진아! 일어나라!"
"알았어요, 내가 알아서 할 게요"
요사이 아이들 '알아서한다' 는 건 믿을게 못된다.
모두 다 떠나간 아홉 시가 지나서야 넉넉한 空虛속에 커피 잔을
들고 창 밖의 앙상한 포도 넝쿨을 바라본다.
오늘 따라 날씨가 추운데, 이녀석은 工事場에서 아르바이트 한다
던 데, 너무 힘들지는 않는지?
우리 집 애물단지 금년에도 시집을 안 가고 한해가 지나가고 있다.
몇 년 전 주방 정리를 하든 아내가 이제는 필요 없는 아이 셋 도
시락들을 쉽게 버리지 못하고 한참을 바라보던 모습이 떠오른다.
큰애가 하얀 손수건을 가슴에 달고 초등학교에 처음 입학하던 일
아이 셋이 나란히 대문을 나서면서 습관적으로 "학교 다녀오겠습
니다!!!" 하던 소리가 지금도 귓가에 들리는 듯, 지난 이십여 년
의 일들이 생생하게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이십 년을 넘게 移舍 한번 안하고, 한집에서 살다 보니, 황령산
자락에 있는 초 중 고등학교를 아이들 셋은 다녔다.
초등학교 다닐 때는 소풍 간다 하면 황령산이니 황령산 하면 학교
소풍 가는 산으로 알고 있다.
둘째는 황령산에 소풍을 열 번은 갔다고 투정을 부리기도 했다.
어느 아이든 소풍가는 날이면, 아이 셋 도시락은 으레 김밥이니
아내는 아이들 덕분에 김밥장수해도 될 정도로 김밥을 잘 만든다.
가을 운동회 때면 즐거운 점심시간이 지나면, 비가 오라고 바라다
진작 오후에 비가 오면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 하던 큰애....
큰애가 육 학년 때 한번 일등을 한 적이 있는데, 그것도 쪽지 주어
선생님 손잡고 달리는 경주였다.
"나도 달리기 일등 했다!"
개구쟁이인 막내 녀석은 그래도 누나들보다는 신나는 운동회 였다.
다섯 살 적부터 태권도를 배운 탓인지, 운동이라면 대체로 좋아서
신이 나서 날뛰는 편이었다.
학군때문에 고등학교까지 언니 뒤를 따러 다니야했던 둘째가 多幸
히도 대학은 딴 곳으로 가게되어 십이 년 만에 둘은 해여졌다.
유별나게 시샘 많은 둘째가, 언니가 피아노 배우니, 따라서 피아노
배우고, 무용하니, 한술 더 떠 유명 무용학원 다녔다.
"무용만은 언니보다 내가 잘한다!"
대단한 愛國이나 하는 듯이 공부는 팽개치고 운동권에 빠져 결국
부모 속 싫건 썩힌 큰애보다 둘째는 大學가서 학생운동 하는 언니
따라 안한 덕택에 괜찮은 회사에 취직하여 잘 다니고 있다.
어른들 말씀이라면 겁부터 먹고 꼼짝 못했든 우리 어릴 적 만큼은
아니더라도, 父母 알기를 무슨 빚진 사람 취급하듯 볼 때마다 용돈
달라! 옷 사 달라! 뭐 한다 온통 달라는 것 뿐이다,
당연히 그래야 하는 걸로 여기는 풍토는 부모가 자식들을 너무 偏
愛한 탓 만은 아닌 것 같다.
세상 대부분 부모들은 자나 깨나 자식 걱정해야하니 '자식이 뭔지'
미워도 내 자식인걸 속는줄 뻔히 알면서도 앞으로는 잘 하겠지
오늘 하루도 그렇게 저문다.
95. 팔을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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