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물결

靑波 作品/靑波 生覺

어른이 되면

靑 波 2004. 10. 30.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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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른이 되면 어릴 적에는 '얼른커서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들을 많이 하게 되는데, 누구나 꿈이 많기 마련이다. 책읽기를 좋아해서 낙서도 즐겨하면서 소설가가 되고 싶기도 하고, 국회의원을 보니 안 되는 것 없이 모두 이루며 사는 게 부럽기도 해서 나중에 정치가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을 하는데다, 재수하는 친구모친은 나를 볼 때마다 "너는 똑똑 해서 크면 국회의원 감인데..." 하는 통해 그때 만해도 국회 의원은 모두가 똑똑하고 제일 훌륭한 사람으로 알았다. 그 친구 외삼촌은 당시에 국회의원에 출마한 분이였기에 속 으로 괜히 들뜨기도 한 것 같다. 우리들 세대는 지금은 거의 사라져버린 고학생. 야간학교(중 .고)생활에도 굽히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며 살다보면 어른이 되서는 잘 살게 되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묵묵히 들 살 아야만 했다. 어른이 되면 귀 하디 귀한 시계며 중국집에서 자장면만 먹을 게 아니라 라조기 같은 요리도 시켜먹을 수 있을 것 같고, 갖고 싶은 건 무엇이든 살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 나이가 들어 어른이 되면 자식들한테는 무엇이든 하고 싶다 는 것은 다 들어주며 살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열여덟 살 쯤 되면 빨리 스무 살이 되고 싶은데 동지 팥죽 세 그릇씩이나 먹어도 겨우 열아홉 살 밖에 안 됐는데, 어서 스무 살이 되고 싶어 나이를 한두 살 올려 친구들 끼리 서로 형이라고 우기기도 하면서 세월이 빨리 가기를 바란다. 그러나 나이가 스무 셋 정도 되었을 때까지도 그래도 괜찮은 데 스무 다섯 넘어서면 벌써 내 나이 서른 살이 돼가는구나! 이때부터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하는데, 결혼도 해야 하고 돈도 많이 벌어야 걷는데, 쥐꼬리만 한 월급으로는 모 이지도 않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하나 걱정이 생겨난다. 바쁘게 살다보니 동지팥죽을 먹지 않아도 나이는 자꾸 먹게 되고 어릴 적 가졌든 꿈은 한 가지도 이루지 못하고 생각조 차 않았던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는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마음먹은 대로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철없이 온갖 욕심 을 꿈꿨던 시절을 회상하며 혼자 쓴웃음을 지어보기도 했다. 우리처럼 어려웠던 시절을 살았든 사람들은 살아온 환경이 비슷비슷해서 이해가 잘 되지만 요즘 아이들은 아예 상상조 차 할 수가 없는 배고픈 어린 시절 이였다. '아빠 배고프면 라면 끓여먹으면 되잖아요..' 하는 우스개 소리가 생겨날 정도다. 모두들 어렵고 힘들게 살면서도 따뜻한 인정은 있었기에 하 루일과를 마치고 길가 포장마차에서 대포 한잔 마시며 처음 보는 낯은 사람한테도 서로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권하며 먹 었든 참새 불고기의 맛이란 어디에 비할 바가 아니었는데, 포장마차 메뉴 중 원조격인 '참새불고기'가 유행이던 때라 겨울철 포장마차의 술안주로는 최고의 인기였다. 세월이 흐르면서 참새구이의 자리를 사육한 메추리가 차지하 더니 서민 술꾼들의 구미를 못 맞춰 그마져 사라지고 말았다. 참새하면 어릴 적 고향에서 밤이면 오래 전에 사라진 초가지 붕 추녀 끝에 목마를 하고 전등을 비추면 검고 작은 눈이 불 빛에 반짝이던 참새를 손으로 잡아내는 재미, 눈 쌓인 마당 에 덫을 만들어 먹이로 유인해 잡아 털을 뽑고 장만해 가마 솥에다 쌀을 조금 넣고 같이 끓여 먹었던 참새 탕 그 맛은 지금 먹는다면 예전만은 못하겠지만 지금껏 잊혀지지 않고 생각이 난다. 이처럼 하찮은 것에 정을 담고 살면서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이 고생하고 못 다한 일들이 한이 되어 자식들한테는 물려주지 않으려 갖은 애써 키우며 교육시키고 한 결과로 우 리나라도 엄청나게 발전해 예전 같은 생활에서는 대체로 벗 어났다고 할 수 있다. 어른이 되면 뭣이든 다 할 수 있을 거라고 여겼던 어린시절 이 엊그제 같건만, 어른이 된지도 꽤 많은 세월이 흘렀는데 도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중화요리 정도야 마음대로 먹을 수는 있지만 그래도 예전에 맛 들여진 자장면을 오늘 낮에도 시켜먹었다. 문학가의 꿈은 이루지 못했으나 이처럼 엉성한 솜씨로나마 낙서한 수필이 신문이나 월간지에라도 실릴 때는 나도 수필 작가가 된 기분으로 스스로 위안을 삼기도 하면서 지낸다. 그런데 어릴 적엔 국회의원은 모두가 영리하고 훌륭한 사람 들 인줄로만 알고 열심히 공부해서 정치인이 돼야지 했는데, 살다보니 정치인 같이 살지는 않았으니, 남을 속이거나 헤 치지 않고, 작게나마 베풀면서 살아온 보잘것없는 내 삶도 그런 대로 어질고 착하게는 살아왔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때로는 문뜩문뜩 철없이 얼른 어른이 되고 싶어 했든 꿈을 가진 그 시절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하는 생각에 되돌아가고 싶어진다. 2004.10.30 靑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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