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연일 이어져, 무더운 날씨로 인한 불쾌지수가 높아만 간다.
정원의 포도가 강력한 햇볕에 알알이 익어가는 모습을 볼 수 가있는데,
이 맘 때가되면 이른 봄에 파란 잎이 돋아나 여름이 오면 무성하던 그 모습을
슬그머니 감추었던 상사초(相思草)가 길 다란 꽃대를 뻗으며, 상사화(相思花)
가 피어난다.
아득한 시절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동래온천장 입구 전차종점에서 내려 온천
장을 마주보는 작은 산언덕을 올라가면 포도밭이 있었는데, 팔월의 뜨거운
태양아래 나무 그늘에 맑고 시원한 바람을 쐬면서 아가씨들과 여럿이 둘러
앉아 새콤달콤한 포도를 맛있게 나누어 먹었던 일이, 알알이 익어가는 포도를
보면서, 아련히 떠오른다.
지금은 그 때의 달콤한 그 포도 맛을 도저히 느낄 수 없기도 하지만,
싱그러운 포도는 예나 지금이나 그 모습 변함이 없는데, 아리따운 그 모습
들은 다시는 볼 수도 없으니, 지금쯤은 어느 하늘아래 어느 곳에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아~ 다시는 갈 수 없는 젊은 시절이여! 세월의 無常함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한다.
애기사과도 이때가 되면 작은 사과 알이 불그스레한 색깔로 물 들어가고 있다.
사랑을 거절당한 아리따운 어느 여인이 失戀의 충격으로, 요절을 한 자리에 봄이
되자 전에 없던 풀 한포기가 돋아났는데, 여름이 되면서 무성하던 잎이 지고
아무 것도 없이 사라졌다,
늦여름 어느 날 잎이 사라진 자리에 길 다란 꽃대가 솟아나 연분홍 예쁜 꽃을
피우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아름다운 處女의 이룰 수 없는 사랑을 가엽게 여겨
그 꽃을 상사화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전설처럼 왠지 슬프게 느껴진다.
어릴 적 시골 장독대 가에 또는 흙 담 아래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상사초 잎이 蘭
을 담아 난초라 불렀던 상사화, 잎과 꽃이 영원히 만날 수 없는 게, 비련에 사라
져간 아리따운 아가씨의 이룰 수 없는 사랑을 한층 더 슬프게 느끼게 한다.
2007.0 7. 27 靑 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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