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래출현품 (如來出現品)
출현하시는 법
性起妙德보살이 보현보살에게 물었다.
"보살 마하살은 어떻게 여래.應供1).正等覺2)이 출현하는 법을 아십니까?
저와 여러 보살 대중에게 말씀해 주소서."
보현보살이 말했다.
"불자여,이것은 헤아리기 어렵나니,여래.응공.정등각께서는 한량없는 법으로써
출현하신다. 한 가지 인연이나 한 가지 사실로써여래가 출현하는 것이 아니고,
열 가지 한량 없는 일로써 출현하신다.
그 열 가지란 과거에 한량없이 모든 중생을 구호하려는 대자대비로 이루어졌고,
과거에 한량없이 계속된 행과 원으로 이루어졌고,
과거에 한량없이 복덕을 닦으면서 만족할 줄 모르는 마음으로 이루어졌고,
과거에 한량없이 청정한 공덕장으로 이루어졌고,
과거에 한량없이 장엄한 도의 지혜로 이루어졌고,
과거에 한량없이 통달한 법과 이치로 이루어진 것이다.
이와 같이 한량없는 아승지 법문이 원만하여 여래를 이룬다.
1)응공; 온갖 번뇌를 끊어 중생들에게서 공양을 받을 만한
덕이 있는 이라는 뜻으로, 부처님을 가리킴. 여래 십호의 하나.
2)정등각; 일체만상을 아는 지혜를 갖추었다는 뜻으로, 부처님을 가리킴.
불자들이여,비유를 들자면 삼천대천세계가 한 가지 인연이나 한 가지 사실로써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한량없는 인연과 한량없는 사실로써 이루어진다.
이른바 큰 구름을 일으켜 큰비를 내리고 네 가지 風輪3) 이
서로 지속하여 의지가 된다.
네가지란 하나는 능히 지님[能持] 이니 큰 물을 지니기 때문이며,
둘은 능히 소멸함이니[能消] 큰 물을 소멸시키기 때문이며,
셋은 건립함이니 모든 처소를 건립하기 때문이며,
넷은 장엄함이니 장엄하여 퍼뜨림이 다 오묘하기 때문이다.
이런 것이 모두 중생들의 共業4) 과 보살들의 선근으로 일으키는 것인데,
그 가운데서 모든 중생들에게 저마다 마땅한 대로 받아서 쓰게 한다.
이와 같이 한량없는 인연으로 삼천대천세계가 이루어지는데 법의 성질이 으례
그런 것이고, 내는 이도 없고 짓는 이도 없고 이루는 것도 없지만
저 세계가 성취된다.
여래가 출현함도 그와 같아서 한 가지 인연이나 한 가지 사실로써 성취되는 것이
아니고 한량 없는 인연과 한량 없는 사실로써 성취된다.
즉, 과거 부처님 계신 데서 큰 법의 구름과 비를 듣고 받아 지녔으므로
여래의 네 가지 큰 지혜 풍륜을 일으킨다.
무엇이 넷인가.
하나는 기억하여 잊지 않는 큰 지혜 풍륜이니 모든 큰 여래의 법 구름과 비를
지니기 때문이며, 둘은 止觀5)을 내는 큰 지혜 풍륜이니 모든 번뇌를 소멸하기
때문이며, 셋은 오묘하게 회향하는 큰 지혜 풍륜이니 모든 선근을 성취하기 때문
이며, 넷은 때를 벗은 차별한 장엄을 내는 큰 지혜 풍륜이니 과거에 교화한 모든
중생에게 선근이 청정하여 여래의 無漏 선근의 힘을 성취케 하기 때문이다.
여래가 이와 같이 하여 다 옳게 깨달음을 성취하지만,
법의 성질이 으례 그런 것이고 내는 이도 짓는 이도 없지만 성취되는 것이다.
이것이 여래. 응공.정등각이 출현하는 첫째 모양[第一相]이니,
보살 마하살은 마땅히 이와 같이 알아야 한다.
불자들이여,비유를 들자면 삼천대천세계가 이루어지려고 할때
큰 구름에서 퍼붓는 비를 억수장마[洪霪]라 하는데, 그 어떤 곳에서도 받을수
없고 지닐 수도 없지만, 대천세계가 이루어지려고 할 때만은 예외이다.
여래.응공.정등각도 그와 같아서 큰 법구름을 일으키고 큰 법비를 내리는 것을
이름하여, 여래의 출현을 성취한다고 한다.
모든 二乘의 좁은 마음으로는 받을 수도 없고 지닐 수도 없지만 큰 보살들의 마음
으로 서로 지속되는 힘만은 예외이다. 이것이 응공.정등각이 출현하는 둘째 모양이
니 보살 마하살은 마땅히 이와 같이 알아야 한다.
)풍륜; 수미산을 떠받치고 있는 삼륜의 하나. 가장 아래에 풍륜, 그 위에
수륜,금륜이 있다. 금륜은 지륜이라고도 함. 풍륜 밑은 허공.
4)공업; 공동으로 선악의 행위를 하고,공동으로 고락의 과보를 받는 것.
5)지관; 망념을 그치고 바른 지혜로써 만법을 비추어 보는 것.
불자들이여, 비유를 들자면 중생들의 業力으로 큰 구름에서 비가 내려도
어디에서 온 데 도 없고 가도 이를 데가 없다.
여래.응공.정등각도 그와 같아서 모든 보살의 선근의 힘으로 큰 법 구름을
일으키고 큰 법비를 내리지만 어디에서 온 데도 없고 가서 이를 데도 없다.
이것이 여래.응공.정등각이 출현하는 셋째 모양이니,
보살마하살은 마땅히 이와 같이 알아야 한다.
불자들이여, 또 비유를 들자면 큰 구름에서 큰비를 내리는 것을
대천세계의 중생들로서는 그 수효를 알 사람이 없으며,
그 수효를 계산하려면 한갓 발광할 뿐인데,
대천세계의 주인인 摩醯首羅6)만은 예외이다.
그는 과거에 닦은 선근의 힘으로 물 한 방울까지도 분명히 안다.
6)마헤수라; 색계의 정상에 있는 천신의 이름.
여래.응공.정등각도 그와 같아서 큰 법구름을 일으키고 큰 법비를 내리는 것을
모든 중생과 성문과 독각으로는 알 수 없고, 헤아리고자 하면
마음이 어지러워질 뿐이다. 그러나 모든 세간의 주인인 보살 마하살은 예외이다.
이분들은 과거에 닦은 깨달은 지혜의 힘으로
한 글자 한 구절까지도 중생의마음에 들어가 분명히 안다.
이것이 여래.응공.정등각이 출현하는 넷째 모양이니, 보살마하살은 마땅히
이와 같이 알아야 한다.
불자들이여, 또 비유를 들자면 허공을 의지하여 네 가지 풍륜을 일으켜
水輪을 지니게 함과 같다.
네 가지란 安住와 常住와 究竟과 堅固 이다.
이 네 풍륜은 수룬을 지니고, 수륜은 대지를 지녀 흩어지지 않게 한다.
그러므로 地輪은 수륜을 의지하고, 수륜은 풍륜을 의지하고,
풍륜은 허공을 의지하고, 허공은 의지한 데가 없다.
비록 의지한 데는 없지만 삼천대천세계를 능히 머물게 한다.
불자들이여, 여래의 출현도 그와 같아서 걸림 없는 지혜 광명을 의지하여
부처님의 네 가지 대지 풍륜을 일으켜 모든 중생의 선근을 지니게 한다.
네 가지란 중생들을 두루 거두어 주어 모두 기쁘게 하는 대지 풍륜,
바른 법을 세워 중생들에게 사랑을 내게 하는 대지 풍륜,
모든 중생의 선근을 수호하는 대지 풍륜,
온갖 방편을 갖추어 새지 않는 세계[無漏界]를 통달하는 대지 풍륜 등이다.
부처님 세존께서는 大慈로 모든 중생을 구호하고, 大悲로 중생을 해탈케 하고,
대자대비로 두루 이롭게 한다.
그러나 대자대비는 오묘한 큰 방편을 의지하고,
오묘한 큰 방편은 여래의 출현을 의지하고,
여래의 출현은 걸림 없는 지혜 광명을 의지하고,
걸림 없는 지혜 광명은 의지한 데가 없다.
이것이 여래.응공.정등각이 출현하는 아홉째 아홉째 모양이니,
보살 마하살은 마땅히 이와 같이 알아야 한다.
또 불자들이여, 비유를 들자면
삼천대천세계가 이미 이루어진 다음에는 한량없는 갖가지 중생들을 이롭게 한다.
水族 중생은 물의 혜택을 입고, 육지 중생은 땅의 혜택을 입고,
허공 중생은 허공의 혜택을 입는다.
여래의 출현도 그와 같아서 갖가지로 한량없는 중생들을 이롭게 한다.
부처를 보고 기뻐하는 이는 기뻐하는 혜택을 입고,
청정한 계율에 머무는 이는 청정한 계율의 혜택을 입고,
모든 禪定과 한량 없는 데 머무는 이는 성인이 출현하는 큰 신통의 혜택을 입고,
법문의 광명에 머무는 이는 因果가 무너지지 않는 혜택을 입는다.
그러므로 말하기를, 여래의 출현은 한량없는 중생을 이롭게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여래.응공.정등각이 출현하는 열째 모양이니,
보살 마하살은 마땅히 이와 같이 알아야 한다.
불자들이여, 보살 마하살이 여래의 출현을 알면 곧 한량없음[無量]을 아나니
한량없는 행의 성취를 알기 때문이다.
곧 광대함을 아나니 시방에 두루함을 알기 때문이며,
행함도 없고 행할바도 없음을 아나니 마음과 뜻과 인식[心意識]을
떠난 것을 알기 때문이며,
몸이 없음을 아나니 허공과 같음을 알기 때문이며,
평등을 아나니 모든 중생이 "나"가 없음을 알기 때문이며,
모든 중생이 모두 이익을 얻음을 아나니 본래 서원을 회향하여
자유자재하게 만족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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