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波 2024. 5. 1. 01:22

 보릿 고개


조선(朝鮮)영조 35년 왕후(王侯)가
세상(世上)을 뜬지 3년이 되어 
새로 왕후(王侯)를 뽑고자 하였다. 

온 나라에서 맵시있고 총명하고 
지혜로운 처녀 20명이 뽑혀 
간택 시험을 치르게 되었다. 

이 중에 서울 남산골 김한구의 
열다섯살된 딸도 있었다. 
드디어 간택시험이 시작되었다. 

자리에 앉으라는
임금의 분부에 따라
처녀들은 자기 아버지의 이름이
적힌 방석을 찾아 앉았다. 

그런데 김씨 처녀만은
방석을 살짝 밀어놓고
그 옆에 살포시 앉는 것이었다. 

임금이 하도 이상하여
그 이유를 물었더니
"자식이 어찌 가친 존함이
씌여 있는 방석을 깔고 앉을 수
있으오리까?"라고 대답을 했다. 

임금이 문제를 내기 시작했다. 
이 세상에서 제일 깊은 것은 무엇인가? 

동해바다 이옵니다. 
서해바다 이옵니다.
남해바다 이옵니다. 하는데...!!! 

김씨 처녀만은 "사람의 마음 속이
제일 깊은 줄로 아옵니다." 
어찌하여 그러는고?
"네, 아무리 바다가 깊다 해도 그 깊이를 잴 수가 있지만 
사람의 마음은 그 무엇 보다도 깊어 그 깊이를 잴 수가 없사옵니다." 

이어 다른 문제를 또 내었는데,
이 세상에서 무슨 꽃이 제일 좋은고?
네, 복사 꽃이옵니다. 
모란 꽃이옵니다. 양귀비 꽃이옵니다. 

그런데 또 김씨 처녀만은
"네, 목화 꽃이 제일 좋은 줄로 아뢰옵니다."
그건 어이하여 그런 것인고?

"다른 꽃들은 잠깐 피었을 때는 보기가 좋사오나,
목화꽃은 나중에 솜과 천이 되어 
많은 사람들을 따뜻하게 감싸주니 
그 어찌 제일 좋은 꽃이라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이어서 세번째 질문을 하였다.
이 세상에서 제일 높은 고개는 무슨 고개인고? 
묘향산 고개지요. 한라산 고개이옵니다.
백두산 고개가 제일 높지요.

이번에도 김씨 처녀만은 또 이렇게 대답을 하였다. 
보리고개가 제일 높은 고개이옵니다.
보리고개는 산의 고개도 아닌데
어이하여 제일 높다 하는고? 

농사 짓는 농부들은 보리 이삭이 여물기도 전에 
묵은 해 식량이 다 떨어지는 때가 
살기에 가장 어려운 때입니다. 
그래서 보리고개는 세상에서 가장 넘기 어려운 
고개라고 할 수 있지요. 

이에 임금은 매우 감탄하였다.
이리하여 김씨 처녀는 그날 간택시험에서 장원으로 뽑혀 
15세 나이에 왕후가 되었는데 그가 바로 ''정순왕후''이다. 

이렇게 하여 "보리고개가 제일 높다"라는 속담이 
나오게 되었다고 합니다. 下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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