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깨치더라도 다른 길 찾지 말라
〔中峯*¹示衆〕 선사 고봉(高峯)화상은 항상 학인에게 이와 같이
말씀하셨다. '오직 화두(話頭)를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다닐 때도
이렇게 참구하고 앉을 때도 이렇게 참구하라.
깊이 궁구(窮究)하여 힘이 미치지 못하고 생각이 머무를 수 없는
곳에 이르러 문득 타파(打破)하여 벗어나면 성불한지 이미 오래임
을 알 것이다.' 참선하여 깨치지 못하더라도 부디 다른 방법을 찾지
말라.
오직 마음이 다른 인연에 이끌리지 않도록 할 것이며, 또 모든 망
념을 끊고 힘써 화두를 들고 앉으라. 목숨을 떼어 놓고 용맹스럽게
정진한다면 백 번 죽더라도 상관 없으리라.
만약 철저히 깨치지 못했거든 결코 쉬지 말라. 이런 결심만 있으면
큰 일 마치지 못할 것을 걱정할 것 없다. 병중 공부에는 용맹 정진도
필요 없고 눈을 부릅뜨고 억지 힘을 쓸 것도 없다.
다만 너의 마음을 목석과 같게 하고 뜻을 불꺼진 재와 같이 하여,
꼭두각시 같은 이 몸을 세계 밖으로 던져 버려라. 누가 와서 돌보아
주거나 말거나, 설사 백 스무 살을 산다 할지라도, 혹은 죽어 숙세
(宿世)의 업에 끌려 지옥에 떨어져도 그만이라고 생각하라.
어떤 환경에도 흔들림이 없이, 다만 간절하게 저 아무 맛도 없는
화두를 가지고 병석에 누운 채 묵묵히 궁구하고 놓아 지내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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