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보며
터벅터벅 두 스님이 오랜 산길을 가다 고개를 넘자 참외밭이 나타났다.
젊은 스님이 노(老)스님께 풀죽은 소리를 했다.
"스승님, 이젠 배가 고파 도저히 더 이상 못걷겠습니다."
그러자 노(老)스님은 대뜸 참외밭을 가리키며, 저기 가서 빨리 잘 익은 참외를 따오라고 했다.
젊은 스님은 원두막 주인 모르게 다가가 몰래 참외를 따려고 한 그 순간!
별안간 노(老)스님이 "도둑이야!"하고 크게 소리쳤다.
원두막 주인이 깜짝 놀라 황급히 원두막서 달려나오자, 젊은 스님은 다리야 날 살려라! 죽어라고
달아났다. 한참 후에 두 스님이 만나니 젊은 스님이 볼멘소리를 했다.
"아 스승님! 세상에! 참외를 따 오라고 시켜놓으시고 '도둑이야!' 하며 크게 소리치는 사람이
어딨습니까?"
老스님이 벙긋이 타일러듯 일렀다.
"야 이놈아! 아까는 너무 배가 고파 한 걸음도 못가겠다고 칭얼대더니, 좀 전 참외 밭에선 잘도
내빼더구나! 그래 이눔아! 아까 허기져 한 걸음도 못 걷겠다고 투덜거리던 니놈이 너이냐?
아니면 참외 밭서 죽으라고 내달리던 니놈이 너이더냐?
나도 여태 참된 나(我)를 모른다. 더러는 선한 생각을 하기도 하고, 더러는 거짓을 생각키도
하고, 또 더러는 착한 행동을 하기도 하지만, 더러는 거짓행동을 하기도 하니, 과연 어떤 내가
참 나의 모습인지 모르겠구나!"
我且非我 何憂子財(아차비아 하우자재).
"내가 또한 내가 아닐찐데, 어찌하여 자식과 재산걱정을 하고 있는 것인가!"
늙으면 하는 걱정 모두가 나(我)는 아예 쑥 빼버리고 자식에게 쏠린다.
'나'는 살만큼 살았다는 생각이 앞서기 때문이리라.
"살만큼 살았다!"
그러나 이는 자기기만(自己欺瞞)인줄 알면서도 모른 체하는 원초적인 인간의 교활(狡猾)함이 빚은 넋두리일 뿐이다. 천부적으로 자식들의 인생은 철저하게 자식들 자신들의 몫이다.
부모의 인생과는 별개의 독립된 개체인 것이다.
재물이란 것도 됨됨이 그릇에 따라 각자에게 주어진 몫이 있어, 자기 몫 이상의 재물은 자칫 재앙
을 불러러 들인다.
세상 걱정 모두를 떨쳐버리고 참 나(我)! 진정한 나(我), 자아(自我)를 찾아야 한다!
참 나(我)를 모르는 내가,
어떻게 나(我) 아닌 다른 것에 신경을 쓰고 걱정을 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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