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물결

靑波 作品/靑波 生覺

소꿉친구 생각

靑 波 2022. 11. 10. 06:22

   소꿉친구 생각 
  

 울타리 밑 양지 바른 곳에
아이 셋이 웅크리고 앉아 깨어진 사금파리에 흙을 담고,
풀을 찧어 담아 소꿉(그땐 소꼽이라 했슴)놀이를 하고 있다.

"수야 는 엄마하고 나는 아부지(아빠)다 !"


"나는 ?"    "니는 딸 해야지"


"안 해 나는 맨 날 딸만하고...나도 엄마 한번 해보자!”


"안돼 니는 엄마는 안돼!"      "와(왜) 안 되는데?"


"니는 내 조카(姪女)니까 절대 안돼."


어린애가 그걸 어찌 알았는지.....

셋은 집 밖에 나오면 만나게 되는 이웃에 사는 대여섯살 된  
동갑내기였다.
어떤 때는 반찬이 나쁘다고 흩뜨리고 새로 하게 하면 더러는 
울기도 한다. 못된 대장 노릇을 하는데도 이튿날 이면 둘은 
같이 놀자고 찾아왔다.

봄에는 앞동산에 참꽃(진달래) 꺾으러 다니고, 여름에는 마을  
앞 큰 개울에서 가재와 고기(피라미)도 잡고 물장구치며 자주 
어울러 놀았다.
동갑이라도 반 년 이상 앞선 탓으로 학교에는 일년 먼저 들어
갔는데,  장난꾸러기라 짓궂게 굴어 어른들에게 야단맞는 일
이 수도 없이 많았지만, 잘 어울러 다녔다.

사춘기가 되면서 부터 수야 를 또 다른 친근감을 느끼게 되었
으니 아마도 이성으로 보게 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어릴 적부터 워낙 흉허물 없이  친하게 자란 사이이고,
이웃사촌 이라기보다 형제들 같이 지내니, '너를 좋아 한다'
는 말은 할 수가 없었다.

일년에 몇 번 정도 고향을 찾을 때면 맛있는 별미 음식을 잘 
챙겨주기도 하고, 노래를 같이 배우다 못 한다면서 구박을 하기도 했다.

세월이 흘러 수야는 옥이와 같은또래 애들이 모두 시집을 간 후 늦게야 시집을 갔다.
그 후로는 몇 년 또는 십년이 넘어서야 한 번 볼 수 가 있었다. 
오랜만에 만나 살아가는 얘기를 하다가도 종내는 어릴적 얘기 
로 화재가 바뀌게 되어 티 없이 맑게 웃는 즐거운 시간으로 돌아갔다.

언제나 행복하기를 바랐는데, 결혼생활이 평탄지 않다는 소문
이 들리던 불혹(不惑)의 나이가 훨씬 지난 어느 해 고향에서 
우연히 만나 얘기를 나누다 웃으면서 말했다.

"한 때 내가 너 참 좋아했다!"

 

"싱겁기는..."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수야는 멋쩍은 듯 말을 띄엄띄엄 하면서,

"나~도 .....알고 있었다 "


언제보아도 수야는 마음 착하고 나를 편안하게 해주는 인정 많은 사람이였다.

수야 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삼년 전 그의 사촌 오빠 장례식장에서였다.
전에 없이 야위고 약한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건강이 좋지않
다는 말을 듣고는 겉으로 위로의  말보다 마음이 몹시 아파 편하지 않았다.
그 날은 만난 장소가 장소인지라 많은 얘기를 나누지도 못했다.

몇 달 전에 소꿉 친구였던 수야 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뒤
늦게 듣게 되었는데, 한 동안 너무도 슬퍼,어찌 할바를 모르게 
괴로워 했는데, 지금까지도...

어질고 착한 나의 진정한 소꿉 친구 수야는 반드시 부처님 계신 
곳으로 가서 이생에서 못 다이룬 행복을 마음껏 누리도록 빌어본다.

나무아미타불....  靑 波(裵 晟株) 合掌

 

 * 佛光 2004년 10월호 '지혜의 향기' 수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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