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죽지 말고 살아라
어린 소년은 일곱 살 때 장티푸스를 앓았습니다.
아픈 손자를 위해 외할머니는 몸에 좋다는 인삼을 달여
먹였는데 고열로 헛소리를 하다가 결국 청신경이
마비되어 들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열두 살이 되어 복학한 소년은 선생님이 무슨 말씀을
도저히 알 수가 없었습니다. 심심하던 차에 소년은
공책에 꽃과 동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 학교 수업을 마치고 터덜터덜 힘없이 돌아온
소년에게 어머는 아들의 손바닥에 이렇게 써 주었습니다.
“비록 들을 수는 없지만 기죽기 말고 살아라.”
아들의 그림 솜씨를 알아본 어머니는 이당 김은호 화백의
집을 찾아가 아들이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지도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어머니는 소년에게 ‘운보(雲甫)’라는 아호를 지어주며
아들이 일어설 수 있도록 희망을 주었습니다.
얼마 후에 어머니가 심장 마비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견디기 힘든 슬픔을 가슴에 안고 소년은 “기죽지 말라”는
어머니의 말씀을 가슴에 되새기며 열심히 그림을 그렸습니다.
후에 산수화의 대가로 성장한 소년의 이름은 운보 김기창 화백,
그는 화폭위에 흔들리는 나뭇잎을 그리며 바람소리를 듣고,
악사를 그리며 풍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김기창 화백은 청각 정애를 온 몸으로 받아들이고,
극복했습니다. “장애를 극복한 순간부터 언제든지 원하는
곳을 향해, 꿈을 향해 맘껏 날아갈 수 있다” 는 것을 몸소
보여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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