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한 불자가 찾아왔다. 세무사 시험을 보려고 하는데 궁금하기도 하고 불안해서 여기저기 점을 보러 다니다가 안심정사에 찾아왔단다. 열심히 기도하라고, 그러면 될 것이라고. 그러나 그 해엔 안될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렀다. 몇 달 전에 백상선원에 왔다. 이야기인 즉, 세무사 시험에 떨어지고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하여 국세청에 취직하고 잘다니다가 휴직하고 로스쿨 시험 봤다가 낙방하여 다시 복직을 할 것인가? 아님 로스쿨 계속 준비할 것인가를 고민 중이란다. 그게 궁금하여 왔단다. 수많은 기도를 해서 성취시키기도 하고, 성취 못하기도 한다. 그 가장 중요한 요인은 본인이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던 것이 그 동안 수행정진을 통하여 안 사실이다. 단순한 것 같지만 어찌 그렇겠는가? 문제는 불자들은 조금 잘나가다 어려워져도 신심이 물러나고, 조금 어렵다가 풀어져도 신심은 물러난다. 내가 원하는 것 보담 훨씬 좋은 것을 주시는 분이 부처님이라는 것을 나는 체험으로 알았다. 그래서 그 소원이 눈앞에서 안 이뤄진들 별로 불만할 것이 없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어두운 눈으로는 눈앞의 일만 중요하지 멀리도, 넓게도 못 보기 때문이다. 때론 소원성취함으로써 어려운 상황에 처하는 경우도 있고, 안 한 것만 못한 소원성취도 얼마든지 많다. 20년 전이었다. 처음 논산에 왔을 때였다. 어느 건축업을 하는 불자가 아주 열심히 기도하였다. 소원이 건축업을 하는데 집을 10채나 지었는데 안 팔려서 어렵다는 것이었다. 안심정사에서 아무리 기도하여도 안되니 안양의 유명한 절에 가서 그 당시 250만원을 드려서 천도재를 올리고, 그 집 10채를 모두 팔았던 것이다. 문제는 그것이 안 팔려야 하는 것이었다. 6개월도 안되어서 집값이 모두 두 배 이상 뛰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지금까지도 가슴을 치면서 살 것 같다. 눈앞에서 몇 억이라는 돈이 날아가버렸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때가 있다. 지속(持續)이 필보(必報)라, 즉 시차가 있을 뿐이었는데 중생심이라는 조바심에 의하여 6개월 후면 그야말로 요즘 말로 대박이 터질 것이었는데 미리 팔아 치우는 바람에 그 기회를 놓친 것이었다. 살면서 기도를 하고 소원을 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불보살님께 맡기고, 우리의 최선을 다하는 것이 진정한 기도이다. 되네 안되네 조바심하면서 불보살님을 원망하다, 협박하다 하는 것은 기도가 아니다. 명심할 일이다. 오늘 기도를 하기로 작정하였다면 모든 것을 부처님께 맡기고 우리의 최선을 다하면서 기다릴 필요가 있다. 잘나간다고 방심하지도 말고, 못나간다고 기죽지도 말고…… 그저 계속이 힘이 되니깐 두루 그리고 가장 우리가 받고자 하는 것 중에 가장 좋은 것을 주시는 분이 부처님이시니까. 안심정사에서 법안 두손모음 출처 :藥師山 안심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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