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물결

마음의 양식/般若로가는 길

살생의 과보와 방생 이야기

靑 波 2009. 4. 28. 14:21

살생의 과보와 방생 이야기



       집을 태우고 아버지와 아들이 몸을 망치다.


      중국 명 나라 신종 만력 십오 년에 휘주 땅에 정 씨 형제가 살고 있었는데,
      소의 외양간을 지어놓고 살진 놈을 가려서 매일 도살하였다.
      그 아우가 늘 외양간에 가서 보면 소 한 마리가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곤 했다.
      아우는 불쌍히 여겨 생업을 다른 직업으로 바꾸고 형에게 말하기를,
      '저 소가 나를 보면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니 논밭 가는 소로 파는 것이 좋겠다'고 하였다.
      형은 그 말을 믿지 않고 자기가 시험하여 보겠노라고 하면서 이튿날 외양간에 가서 보니,
      과연 그 소가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형은 그것이 미워서 곧 도살하여 삶았더니,
      그릇 속에서 큰 소리가 나며 쇠고기가 불덩이로 변하여 튀어 나와서 집을 모두 태워 버렸다.
      그래도 형은 생업을 고치지 않았다.
      하루는 밖에 나갔다가 쇠고기 팔러 다니는 사람을 만나서 시비 끝에 그 사람을 때려 죽인 탓으로
      법에 얽히어 처형되었다.
      그 아들은 가슴에 독한 병이 생겨서 오장이 꿰뚫어 보이고, 고통이 막심하므로
      사람을 만나는 대로 하소연하기를,
      '아버지가 소를 죽인 탓으로 그 화가 내게까지 미쳤다'고 하더니, 반년만에 죽고,
      그 아우는 무사히 살았다.

      《방생살생현보록(放生殺生現報錄)》에서

       관속에서 돼지로 변하다.


      명 나라 무종의 정덕 때에 남경에 사는 어떤 부자가 쇠고기를 즐겨서 한 번에 여러 근씩 먹고,
      또 돼지를 서너 마리씩 잡아서 손님을 대접하곤 하였다.
      하루는 꿈에 서낭신이 와서 말하기를,
      '너는 살생을 많이 하였으니 너를 변신시켜 돼지로 만들겠다'고 하였다.
      그 사람은 믿지 않고 냉소하면서 서낭신이 무슨 말라 비틀어진 것이냐고,
      돼지를 죽이는 것이 무슨 죄가 되느냐거 큰소리를 치더니 반 년쯤 뒤에 갑자기 죽게 되었다.
      관에 염하였더니 관 속에서 무슨 소리가 나므로 열고 보니,
      송장이 놀랍게도 돼지로 변해 있었다.
      이것은 중국에 있었던 일이지만 우리나라에도 이런 일이 가끔 있었다.


       

       사슴을 쏘려다가 아들이 맞다.


      중국의 여릉 땅에 사는 오당(吳唐)이 하루는 아들을 데리고 사냥을 나갔다.
      한 사슴이 그 새끼와 함께 노는 것을 보고 새끼를 쏘아 죽이니,
      어미 사슴은 놀라서 슬피 울었다.
      풀 속에 숨어서 지켜 보니 사슴이 혀로 새끼를 핥고 있었다.
      오당이 또 어미 사슴을 쏘아 죽이고, 조금 있다가 또 다른 사슴을 만나서 쏘려고 하는데,
      그 살이 빗나가 자기 아들을 맞혔다.
      오당이 어찌할 바를 몰라 활을 던지고 아들을 안고 통곡하는데, 공중에서 문득 소리가 나기를,
      '오당아, 사슴이 새끼를 사랑하는 것이 너와 무엇이 다르랴?'
      고 했다.
      오당이 놀라서 쳐다보고 있는데, 별안간에 호랑이가 와서 팔을 꺾어 죽였다.

       

       고기 알을 방생하고 장수하다.


      송 나라 휘종 선화 때, 장사를 크게 하던 양서가 이십팔 세 되던 어느날 꿈에 신장이 와서 말하기를,
      '그대가 십 일이 지나면 죽을 것이나 일만 생명을 살리면 죽음을 면하리라'고 하였다.
      양서가 말하기를, '기한이 박두한데 일만 생명을 어떻게 살릴 겨를이 있겠느냐'고 했더니,
      신장의 말은 이러했다.
      《대장경》에 말하기를, '고기 알을 소금에 절이지 아니한 것은 삼 년 동안 살아 있다' 하였으니,
      그것을 방생하라'고.
      양서는 신장의 말대로 네 길거리에 써 붙여서 알리고, 또 고기 잡는 사람을 보면 알을 사서 강에 넣었다.
      한 달 쯤 뒤에 신장이 꿈에 와서 말하기를,
      '지금 그대가 방생한 것이 수백 만이나 되었으니 그대의 수명이 연장되리라' 했다.
      양서는 그 뒤에 구십이 되도록 살았다.

       새우, 소라 따위를 방생하고 아들을 낳다.


      중국의 항성산문 밖에 있는 양서묘(揚墅廟)에는 신이 영검하다고 기도하는 이가 구름처럼 모여

      들었다.소홍의 예옥수가 그 사당에 가서 '아들을 낳아지이다' 하고 빌면서,
      아들을 낳게 되면 돼지 양 닭 거위 술로 은혜를 사례하겠다고 하였더니,
      꿈에 신이 와서 하는 말이,
      '네가 아들을 낳고자 하면서 살생하려는 원을 세우니,
      내가 비록 혈식(血食)하는 신이지만 어찌 너의 살생한 것을 먹겠느냐?'
      그래서 옥수가 신에게 가르쳐주기를 청하니,
      신의 말이, '네가 자식을 두고자 하면 다른 것들도 자식을 두고자 할 것이다.
      생물 중에 새끼가 많은 것은 새우와 소라만한 것이 없으니, 그런 것을 방생하라.'고 하였다.
      옥수는 그 때부터 새우나 소라 잡는 것을 보면 곧 사서 강물에 놓았더니,
      그 뒤에 과연 아들을 다섯 연하여 낳았다.

       닭 잡는 것을 말리고 호환을 면하다.


      중국의 구주(衢洲)에 한 아전이 있어 세금을 받았는데,
      어떤 시골 집에서는 가난하여 아전 대접할 찬거리가 없어 알 안은 암탉을 잡으려 하였다.
      아전이 보니, 누른 옷 입은 사람이 아전에게 살려주기를 빌면서 하는 말이,
      '내가 죽는 것은 아깝지 않으나 새끼들이 세상을 보지 못함이 한탄이라' 했다.
      아전이 놀라서 자세히 보니, 집 옆에 어떤 닭이 알을 품고 있는데,
      그 집 사람이 그 닭을 잡으려 하므로 그것을 잡지 못하게 말렸다.
      그 뒤에 아전이 그 집에 다시 갔더니,
      닭이 여러 병아리를 데리고 아전의 앞에 와서 뛰면서 좋아하였다.
      아전이 그 집을 떠나서 수백 보를 걸었을 적에 호랑이가 따라오고 있었다.
      이 때 문득 닭이 날아와서 호랑이의 눈을 쪼아서 아전은 호환(虎患)을 면하였고,
      그 마을에서는 그 때부터 모두 닭을 잡아먹지 않았다고 한다.

      《방생살생현보록(放生殺生現報錄)》에서

       꿈꾸고 나서 도살하는 업을 버리다.


      중국 영주에 사는 장 거사는 처음에 도살하는 업을 하면서 날마다 돼지를 잡았는데,
      이웃 절의 새벽 종소리를 듣고 잡기를 시작하였다.
      하루는 종소리가 나지 않았다.
      그것은 그 절 스님의 꿈에 열 한 사람이 찾아와서 살려 주기를 빌면서 하는 말이,
      '종을 치지 않으면 우리가 살아난다' 하여 종을 치지 않은 것이다.
      그날 장 거사가 잡으려던 돼지가 마침 열한 마리였다.
      장 거사가 이 말을 듣고 감동하여 생사에 윤회하는 인과를 깨달아,
      도살하는 업을 버리고 불법에 귀의하여 십여 년을 수도하여 과거와 미래의 일을 알았고,
      자기의 죽을 날을 정하고 앉아서 갔다고 한다.

       개를 죽을 데다 팔지 않아 화재를 면하다.


      청 나라 강희 때에 동향의 오진에 있는 어느 집에서 개를 길렀는데,
      밤마다 개가 물을 건너서 강 남쪽 사람의 집에 가서 집을 지켰다.
      하루는 주인이 개에게 꾸짖기를,
      "내가 너를 기르는 것은 집을 지키려는 것인데, 너는 남의 집만 지키니,
      내일은 개 백장을 찾아가서 너를 팔아 버리겠다."
      고 하였다.
      그 날 밤에 개가 현몽하기를,
      "내가 전생에 그 사람에게 빚을 진 탓으로 밤마다 그 집을 지켜주어 빚을 거의 다 갚고
      이제 13전이 남았으니 그 빚만 갚으면 그 집에 다시 가지 않고 주인의 덕을 갚겠노라."
      고 하였다.
      이튿날 주인은 개에게 13전을 목에 걸어 주면서,
      "어제 밤에 네 말대로 이것을 주는 것이니 그 집의 빚을 갚으라."
      고 하였다.
      개는 그 돈을 물고 물을 건너가 그 집에 던지고 와서는 다시 물을 건너가지 아니하였다.
      그 뒤에 주인이 술에 취하여 밤에 집으로 오다가 잘못하여 연못에 빠졌다.
      개가 짖으면서 옷을 물어 언덕으로 끌어 올리고 주인의 집에 달려가서 머리로 방문을 두들겼다.
      주인의 부인이 깨어보니 개가 못 있는데로 왔다갔다 하면서 그리로 자가는 시늉을 했다.
      개를 따라 가 보니 주인이 연못가에 누워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주인을 붙들어 집에 돌아왔는데, 주인이 술이 깬 뒤에 말하기를,
      "전날 꿈에 네가 나의 덕을 갚겠노라 하더니 그것이로다."
      하였다.
      또 수 일 후에 집안 사람이 잠들었을 적에 개가 머리로 문을 두드리면서 짖고 있었다.
      부부가 놀라서 깨어 보니 부엌에서 불이 나 집이 타고 있었으므로 급히 서둘러 불을 끄게 되었다.
      그 후부터는 개를 사랑하여 기르다가 죽은 뒤에는 관에 넣어 묻었다.

      《방생살생현보록(放生殺生現報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