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물결

나눔의 쉼터/자유쉼터 共有

시든 꽃

靑 波 2025. 1. 20. 00:31

시든 꽃

가을이 내리던 날 요양 병원문을 아들의 손을 잡고 들어서는
 할머니 한 분이 있었다.
"엄마…여기 한 달만 있으면 다시 데리러 올게"
"이 엄마 걱정은 말고 어여가"
"엄마 ,걱정하지 마 딱 한 달만 있으면 돼 알았지?."

행복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욕심이 되어버린 현실 앞에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었던 두 사람은, 추락하는 눈물에 들어있는
아픔으로 서로를 배웅하고 헤어진 뒤,

엄마가 잠들지 않는 바다를 닮아가고 있는 걸 알았는지
아들은 한 달 뒤 겨울의 문턱을 밟으며 병원을 들어서고 있었다.
"엄마…. 미안해" "늙은 이 애미 걱정을 말고 젊은 너 걱정이나 혀"

바람길 숭숭 난 가슴을 애써 숨긴 아들은 병원 앞마당에 핀 
들꽃을 한아름 꺾어와 빈화병에 꽂아두며,
"엄마….저 꽃병에 꽃이 시들기 전에 꼭 다시 와서 엄마 데리고 나갈게"

희망 같은 내일을 기다리고 있던 할머니의 귀에
다른 가을이 와도 아들의 발소리는 들려오질 않았지만,
꽃이 시들면 아들이 돌아오지 않을까 봐,
​매일 매일 "시든꽃" 병에 눈물을 채워 넣으며 아들을 바라보듯
웃음짓기만 하는 할머니를 보며,
"할머니… 꽃이 다 시들었는데 제가 버려드릴게요"
"안 돼! 손대지 말어"
"시든꽃" 이라도 아름다워서일까?

세월 바람에 꾸덕꾸덕 말라져 가는 꽃들을 매일 매일 눈에 넣으려
간호사의 호의조차 거절한 할머니는,
행여나 그 꽃이 사라지면 기다리는 아들이 오지 않을까 봐,

만날 순 없어도 느낄 순 있다는 듯 "시든꽃"만 온 종일 바라보고 
있는걸 보며 병실 안 사람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딱 보면 몰러…..아들이 버리고 간 거지"
"현대판 고려장이 따로 없지"

깎아지른 인생길에 다시 찾아온 가을이 문을 닫고 가버린 자리에,
또 다른 얼굴을 내민 가을따라 마디마디 심어놓은 서러움으로
하루를 버티시던 할머니는,
바람 한 장보다 가벼웠던 삶을 지우고
기다림이 없는 하늘나라로 떠난 병실에는,

"시들어 버린 꽃만"이 오지 않는 아들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백만 번 시들어도 기다리고픈 엄마의 마음을 말해주려는 듯이~♡

글을 읽고 마음 속으로 몇 번이나 눈물을 삼켰는지 모릅니다.

받은 글

'나눔의 쉼터 > 자유쉼터 共有'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행복  (23) 2025.01.12
빈 마음  (65) 2024.12.27
빈 틈  (62) 2024.12.18
오늘의 덕담  (71) 2024.12.10
빌 게이츠의 가슴 뜨끔한 명언  (62) 2024.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