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물결

마음의 양식/좋은 글

최고보다 최선

靑 波 2024. 4. 9. 01:10

 최고보다 최선 


화창한 어느 날 박완서 작가가 탄 버스가 
서서 꼼짝을 하지 않았다. 
마라톤 대회로 교통이 통제된 까닭이다.
작가는 구경을 하기 위해 버스에서 내렸다. 
선두권 주자들이 환호와 박수를 받으며 지나갔다. 

이들이 오래 전에 지나간 뒤에 포기하지 않고 달리는 
꼴지 주자들을 보면서 작가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작가는 그때의 묘한 감정을 이렇게 적었다.
 
'나는 그를 위해 뭔가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내가 좀 전에 그의 20등, 30등을 우습고 
불쌍하다고 생각했던 것처럼 

그도 자기의 20등, 30등을 우습고 불쌍하다고 생각하면서
옜다 모르겠다 하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리면 어쩌나, 
그래서 내가 그걸 보게 되면 어쩌나 싶어서였다.

어떡하든 그가 그의 20등, 30등을 우습고 불쌍하다고 
느끼지 말아야지. 
느끼기만 하면 그는 당장 주저앉게 돼 있었다. 

그는 지금 그가 괴롭고 고독하지만 
위대하다는 걸 알아야 했다. 
나는 용감하게 인도에서 차도로 뛰어내리며 

그를 향해 열렬한 박수를 보내며 환성을 질렀다.
​최선을 다한 삶은 아름답다. 
충분히 박수 받을 자격이 있다. 

인생에서 누구나 최고가 될 순 없지만 
누구든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될 수 있다. 
" 최고보다 최선이다."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소설가 박완서 수필에서. 

옮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