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품 염라왕의 무리들을 찬탄하심 2
그때 악독귀왕이 합장 공경하고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 여러 귀왕들은 그 수가 한량없나이다. 염부제에 있
으면서 사람에게 이익을 주기도 하고, 사람에게 손해를 주기도 하는 것
이 각각 서로 같지가 않으니 이것은 저희들의 업보가 다르기 때문옵니다.
제가 권속들로 하여금 여러 세계를 돌아 다니게 해 보니 악한 것은 많고
선한 것은 적나이다. 사람의 가정이나 혹은 도시·마을·장원·주택을
지나다가 어떤 남자나 여인이 한 티끌 만큼이라도 착한 일을 하거나,
불법을 찬양하는 깃발이나 일산 또는 향이나 꽃을 가지고 부처님이나
보살님의 존상 앞에 공양을 올리거나 또는 존귀한 경전을 독송하거나,
향을 사루어 부처님 법문의 한 구절이나 한 게송이라도 공양하면 저희들
귀왕은 이 사람에게 예배 공경하기를 저 과거·현재·미래의 모든 부처님
을 섬기듯 하겠나이다.
또한 힘이 센 '토지를 맡은 작은 귀신'들로 하여금 다시 호위하게 하여서
사나운 횡액과 몹쓸 병과 뜻에 맞지 않은 일들이 이 사람의 집 근처에서
는 일어나지 않게 하겠거늘 하물며 그런 것이 그 집안으로 들어가게 하겠
나이까?"
부처님께서는 악독귀왕을 칭찬하셨다.
"착하고 착하다. 너희들과 염라천자가 함께 이와 같이 선남자·선여인을
보호하니 내 또한 범왕과 제석에게 일러서 너희들을 지키고 돕게 하리라."
이 말씀을 하실 때 모임 가운데 수명을 맡은 '주명귀왕(主命鬼王)'이 있
어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본래 업연이 염부제 사람들의 수명을 맡아 저들의
태어남과 죽음을 모두 관장하나이다. 제 본래의 원은 중생을 크게 이익
되게 하려는 것이오나, 중생들은 제 뜻을 알지 못하고 나고 죽음에 모두
편안함을 얻지 못하나이다.
만약 이 염부제 아기가 태어나려 할 때 남자거나 여자거나 집안 사람들이
착한 일을 하게 되면 집안에 이익이 더하고 토지신도 한없이 기뻐하면서
아기와 어머니를 보호하여 큰 안락을 얻게 하고 가족도 이롭게 하나이다.
그러므로 아이를 낳은 뒤에는 조심하여 살생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인데
여러 가지 비린 것들을 가져다가 산모에게 먹이며, 또한 많은 친척들이
모여 술을 마시고 고기를 먹으며, 노래를 부르고 풍악을 울리고 즐긴다면
모자(母子)가 함께 편안함과 즐거움을 얻지 못하게 되나이다.
왜냐하면 아이를 낳을 때 무수한 악한 귀신과 도깨비들이 비린 내 나는
피를 먹고자 하기 때문에 제가 미리 집안의 토지신들로 하여금 산모와
아기를 보호하여서 편안하게 하나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안락함을 얻었
으면 마땅히 착한 일을 하여서 여러 토지신들에게 보답하여야 하거늘
도리어 산 목숨을 죽여서 잔치를 베풀곤 하니, 이는 스스로 재앙을 불러
산모와 아기에게 함께 해를 입히는 것이 되나이다.
그리고 또 염부제 사람들이 목숨을 마치게 되면 저는 그 사람의 선악을
묻지 않고 그들을 모두 악도에 떨어지지 않게 하는데, 더구나 스스로
선근을 닦는다면 저의 힘을 더하여 주는 것이 되오니 어찌 다행이 아니
겠나이까? 그러나 이 염부제에세 선을 행한 사람들도 임종할 때에는 역시
백천이나 되는 악도에 빠진 귀신들이 부모나 모든 가족의 형상으로 변
하여 나타나 죽은 이를 이끌어 악도에 빠지게 하거늘, 하물며 본래부터
악을 지은 자들은 말해 무엇 하겠나이까?
세존이시여, 이와 같이 염부제의 남자와 여자들은 임종할 때에는 정신이
아득해져 선악을 분간하지 못하고, 눈과 귀로는 아무 것도 보고들을 수
없나이다. 이때 그의 가족들이 큰 공양을 베풀고 귀중한 경전을 읽으며
부처님과 보살님의 명호를 생각하고 부르면 이러한 좋은 인연으로 죽은
이가 모든 악도에서 벗어나게 되고, 마군과 귀신들도 모두 흩어져 사라
지게 되나이다.
세존이시여, 어떠한 중생이든지 임종할 때에 만약 한 부처님이나 한 보살
님의 명호라도 듣거나 혹은 대승경전의 한 구절, 한 게송이라도 듣는다면
제가 이러한 사람들을 살펴 오무간지옥에 떨어질 살생의 죄만 아니라면
조그만 악업으로 인하여 악도에 떨어질 자들은 모두 해탈을 얻게 하겠
나이다."
부처님께서 주명귀왕에게 말씀하셨다.
"그대가 대자비로 큰 서원을 세워, 나고 죽는 가운데서 모든 중생들을
보호하는구나. 미래세에도 남녀 중생들이 나고 죽을 때 그대가 이 원력
에서 결코 물러서지 말고 모두 해탈하게 하여 안락함을 얻게 하라."
주명귀왕이 다시 부처님께 사뢰었다.
"바라옵건대 세존이시여, 염려하지 마옵소서. 제가 이 몸이 다할 때까지
생각생각마다 염부제의 중생들을 보호하여 날 때나 죽을 때나 모두 안락
함을 얻게 하고, 모든 중생들이 나고 죽을 때에 저의 말을 믿고 받아들여
모두 해탈하여 큰 이익을 얻게 되기를 바라겠나이다."
그때 부처님께서 지장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이 수명을 맡은 주명귀왕은 이미 과거 백천 생 동안을 지나오면서 대귀
왕이 되어서 나고 죽는 가운데서 중생을 보호하고 있나니, 이는 보살이
자비원력으로 대귀왕의 몸을 나타낸 것이지 실재로는 귀신이 아니니라.
앞으로 일백칠십겁을 지나서 주명대귀왕은 마땅히 성불할 것이니 명호는
'무상여래(無相如來)'이고, 겁의 이름은 안락(安樂)이며, 세계의 이름은
정주(淨住)이고, 그 부처님의 수명은 가히 헤아릴 수 없는 겁이 되리라.
지장보살이여. 이 대귀왕의 일은 이와 같이 불가사의하여서 그가 제도
하는 사람과 하늘사람들의 수는 헤아릴 수 없이 많으니라."
- 지장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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