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물결

2023/02 14

지 혜 ( 智慧)

지 혜 ( 智慧) 몸만 안으면 포옹이지만 마음까지 안으면 포용이다 운명이란 말을 쓰지 마라 쓰는 순간 당신 삶의 주인은 운명이 된다 행복은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찾아가는 것이다 인연의 교차로엔 신호등이 없다, 스치던, 멈추던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젊음을 이기는 화장품도 없고, 세월을 이기는 약도 없다 닫힌 마음을 열 수 있는 건 당신 뿐이다 마음의 비밀 번호는 오직 당신만 알기에, 음식은 자기가 뱉은 걸 먹을 수 있지만, 말은 자기가 뱉은 걸 먹을 수 없다 심지가 없으면 불을 밝힐 수 없고, 의지가 없으면 삶을 밝힐 수 없다 비 올 땐 아쉽고, 개일 땐 귀찮다면 그도 당신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것이 우산을 잘 잃어버리는 이유이다 - 좋은 글 중에서 잃어버린 우산 https://youtu.be/6XzY..

구들 목

구들 목 박남규 시인 검정 이불 껍데기는 광목이었다. 무명 솜이 따뜻하게 속을 채우고 있었지. 온 식구가 그 이불 하나로 덮었으니 방바닥만큼 넓었다. 차가워지는 겨울이면 이불은 방바닥 온기를 지키느라 낮에도 바닥을 품고 있었다. 아랫 목은 뚜껑 덮인 밥그릇이 온기를 안고 숨어있었다. 오포 소리가 날 즈음, 밥알 거죽에 거뭇한 줄이 있는 보리밥, 그 뚜껑을 열면 반갑다는 듯 주루르 눈물을 흘렸다. 호호 불며 일하던 손이 방바닥을 쓰다듬으며 들어왔고 저녁이면 시린 일곱 식구의 발이 모여 사랑을 키웠다. 부지런히 모아 키운 사랑이 지금도 가끔 씩 이슬로 맺힌다. 차가웁던 날에도 시냇물 소리를 내며 콩나물은 자랐고, 검은 보자기 밑에서 고개 숙인 콩나물의 겸손과 배려를 배웠다. 벌겋게 익은 자리는 아버지의 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