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의 미국생활
어제 저녁때 집에서 가장 가까운 월마트(9키로)에 가서 화분 6개와 흙을
사와서 베란다 한쪽 구석에 놓고 이웃의 한국아주머니가 들깨 묘종을 몇
포기주어 심고, 오늘 월마트 길 건너 '타켓트'에서 고추 피망 등 채소 몇
포기, 채송화와 도라지꽃을 사다 심었더니 아이들이 서로 물을 주려 하
면서 좋아라 했다. 내가 있는 동안 소일거리도 될 듯하다.
바로 근처에 '퍼블릭스'같은 적은몰의 마트를 두고도 다소 멀어도 생필품
대부분을 월마트 같은 데를 이용하고 좀 많은 양을 구입할 때는 거기서도
십여 키로 더 떨어진 코스트코(costco)같은 곳에 창고처럼 물건을 쌓아둔
곳에서 산다고 했다.
모든 물건이 많은 양의 단위로 되 있는 게 훨씬 싸기 때문이라는 거다.
매장 안이 너무 넓어 한 바퀴 돌아보는데 시간이 제법 많이 걸렸다.
유학생 부인들은 생활비를 조금이라도 아끼려고 다소 불편하고 귀찮아도
이곳저곳 다니며 가격을 비교해가며 어떤 곳에는 어느 물건이 싸다는 것
을 메모해 두었다 필요할 때 구입하는 알뜰 구매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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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보니 배추를 박스 채 사서는 여럿이 나누어 가지고 와서 둘째가 김
치를 저리고 담았는데 평소 김치를 잘 먹지 않는 편인데 먹어보니 맛이 먹
을 만 했다.
소고기와 돼지고기 같은 육류가 한국보다는 월등히 싸다면서 자주 사오는
것이다. 다운타운의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할 때 보다 알파레타로 와서부터
오히려 시장보기가 가까운 곳이 많고 편리하다고 했다.
처음에는 이해가 잘 안 되었지만 얼마 지나니 알 것 같았다.
베란다에 야외용 테이블을 펼 처 놓고 낮에 사온 스테이크를 야외용 펜에
구워 먹는데, 고기가 연하고 맛도 참으로 좋았다.
아이들이 주방이 아닌 곳에서 저녁을 먹는 게 좋아서 떠들며 야단이다.
낮에 여러 곳의 마트를 구경하느라 많이 걸어서 다소 피곤했는데, 시원 소
주 석 잔에 피로가 확 풀려서 기분 좋게 잠 들 수 있었다.
둘째가 살고있는 에디슨(addison)타운하우스는 주택회사에서 임대 관리만
하는 곳인데, 한 달의 렌트비 가 950불(약115만원)에서 1,050불(쓰리 룸)
인데 전기 수도 등비용은 사용자 부담으로 되어있다.
사위의 장학금으로 생활하기는 힘겨운 형편이니 미국같이 흔한 전기 요금
을 아끼느라 TV도 아침에 어린이 프로 외는 별로 켜지를 않고 빈방의 전기
는 보는 데로 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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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란타의 6월은 몹시 더웠는데도 좀체 에어컨을 켜지 않고 지냈다.
이사를 하고 난 뒤 아이들이 유치원을 가게되는 8월부터는 자동차가 한
대 더 구입해야하고, 지출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 사정이니 원래 살림살이
에 알뜰한 편이지만 물건을 고르면서도 1불이라도 아끼려는 둘째의 모습
은 한국에서 생활할 때와는 다른 모습 같았다.
시부모의 도움을 다소 받고 있는 줄로 알았는데, 그렇지가 못한 것 같았고
몇 년간 회사생활을 하면서 유학의 준비는 어느 정도 했겠지만 일 년을 지
내면서 갈수록 쓰임새가 늘어나니 힘이 드는 것으로 보였다.
작년에 처음 와서는 학교 기숙사에 생활하는데 몹시 불편하고 힘들었다면
서 지금은 그 때에 비하면 여러 가지 면에서 좋아진 것이라 했다.
미국에 놀러오라는 사위의 권유에 선뜻 찾아온 게 체면 없는 행동이 아니
었나 하는 생각이 들 때는 심기가 편치만은 않았다.
박사과정 공부를 하고있는 사위는 아무리 스스로 택한 길이긴 해도 여름
방학에도 강의를 듣고 연구실에서, 집으로 와서도 둘째의 채근을 받으며
밤 늦도록 책상 앞을 떠나지 않고 그야말로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이 자랑
스럽게 보였다.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내용 중에 사랑하다 여의치 않으면
외국으로 유학을 떠나는 사랑의 도피처로 삼는데, 물론 부유한 집 자녀들
이 더러는 劇中 내용같이 아무런 결실도 없이 제멋 데로 그럴 수도 있겠
지만, 國家의 位相과 富强을 위해 그야말로 눈물겨운 고생과 노력을 하고
있는 순수한 한국 유학생들을 힘 빠지게 하는 그런 줄거리는 이제 그만 써
먹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져 들었다.
붉은기숙사 너머 코카콜라 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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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타운 구경을 간 김에 얼마 전에 생활했던 학교 기숙사인 붉은 벽돌로
지은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하러 갔더니, 아이들이 저희들이 살던 곳이라
"할아버지 여기가 101호예요" 하면서 이런저런 얘길 하면서 반가운 듯 여
기저기 뛰어다닌다.
마침 기숙사 5층에 산다는 유학생 부인을 만나 반갑게 얘기를 나누다 하
도 친절하게 권하기에 뿌리치지 못하고 함께 올라가는데 50년 가량 되었
다는 기숙사의 엘리베이터는 삐거덕거리고 한참이나 느렸다.
차 대접을 받으며 둘째와 얘기를 하는데 들어보니 2년 만에 口頭로 보는
박사자격시험에서 동양계 학생은 절반정도만 뽑는다는 어려운 과정을 거
처 금년 8월에는 4년 만에 우주항공 박사학위를 받게 될거라는 얘기를 듣
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제집인양 이방 저 방 다니면서 장난감을 들고 오기도 하고 유학
생활 중에 태어났다는 재민이 와 허물없이 어울려 놀았다.
같은 기숙사에는 한국유학생이 몇 있는데 대학 동기 아니면 선후배고 모두
가 같은 처지에서 비슷한 생활을 하다보니 한 가족같이 친하게 지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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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곳을 나와 조지아텍(GIT)학교 구경을 가면서 육교에서 보니 기숙사 바
로 옆 건물이 코카콜라 본사이고 오른쪽으로 애틀랜타에서 가장 높은 '뱅
크오브 아메리카'(미국은행본부) 빌딩이 연필을 깎아 세워놓은 모습을 하
고 있다.
대학본부건물 바로 옆에 사위가 있는 우주항공 연구실 건물이 있었다.
방학기간인데도 캠퍼스에는 학생들이 많이 보였다. 학교구경을 하고 차를
주차해둔 기숙사를 가는데, 만삭이 된 다른 유학생 부인과 재민이 엄마가
육교 앞에서 차 열쇠를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트렁크에 유모차를 꺼내면서 열쇠는 그대로 꽂아 둔 채로 온 모양인데 5층
에서 카즈꼬가 나중에 보고서는 열쇠를 챙겨 전해준 것이라했다.
전에 보니 사위가 건망증이 심하다 느꼈는데 이제 보니 둘이 똑 같았다.
돌아오는 길에 한국인이 경영하는 '뷰포트 하이웨이'에 있는 '창고식품'에
갔는데, 한국식품 마트로는 이 곳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가장 크다는4,000
평 규모의 매장 이라 한다.
한국에서 수입한 식료품들이 많이 보였고 한글로 표기한 코너도 보였다.
물건값이 한국보다는 많이 비싼 듯 보였는데, 들깨 잎 작은 묶음에 1불 거
기다 세금 붙으면 깻잎 1개 100원 정도하니 꽤 비싼 편이다,
물건을 사러온 사람들도 한국사람이 많았는데, 이곳에 오면 아는 사람 한
둘은 만날 수 있다더니 어느새 젊은 부인과 반갑게 인사를 하고 안부를
묻고 있었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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