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결에서 판단하지 말라
스님들이여!
무엇을 찾는가? 지금 눈 앞에서 법을 듣는 의지함 없는 도인(道人)은 뚜렷
하고도 분명하여 모자라거나 없었던 적이 없었다. 그대들이 조사나 부처와
다름 없고자 한다면, 다만 이와 같이 알면 될 뿐, 잘못되지나 않을까 의심
할 필요는 없다.
그대들 각자의 마음과 마음이 다르지 않음을 이름하여 살아있는 조사라 한다.
마음이 만약 다르다면 성품[性]과 모습[相]이 따로 있으나, 마음이 다르지
않기 때문에 성품과 모습이 따로 있지 않다.
번뇌를 어떻게 없앨 것이며, 보리를 어떻게 증득할 것인가?
번뇌를 번뇌로 여기고 보리를 보리로 여기는 한, 번뇌는 영원히 따라다니는
번뇌일 뿐이어서 없앨 수가 없고, 보리는 영원히 저 멀리에 있는 보리여서
증득할 수가 없다.
무엇이든 첫단추가 중요하다. 첫단추를 잘못 끼우면, 나머지 단추를 아무리
잘 끼워도 결국 어긋나게 되어 있다.
처음부터 분별심으로 이것과 저것을 나누고 옳고 그름을 헤아려서 도를 찾
는다면, 이것은 마음을 가지고 마음을 찾는 짓이며, 물결을 분별하고 헤아려
물을 찾으려는 짓이며, 꿈 속에서 꿈을 따져서 꿈을 깨어나려는 것과 같다.
이미 찾고 있는 이것이 마음인 바에야 아무리 찾아도 달리 마음을 찾을 수는
없으며, 물 아닌 물결이 없는데 이 물결 저 물결을 나누어서 어떻게 다시
물을 찾겠으며, 꿈 속에서 아무리 꿈을 깨어나는 이야기를 해봐야 그러한
짓이 바로 꿈일 뿐인 것이다.
그러므로 법을 찾는 사람은 무엇보다도 이것과 저것을 분별하거나 옳고
그름을 나누는 버릇을 먼저 버려야 한다. 어떤 것을 생각하든 어떤 감정을
느끼든 어떤 욕망을 가지든 어떤 동작을 취하든 어떤 의식이 흘러가든
한 순간도 달라지지 않고 끊어지거나 이어짐이 없이, 모든 생각과 느낌과
욕망과 행위와 의식에서 함께 나타나 있는 것이 있는가 한번 찾아보라.
함께 나타난다고 하였지만 사실은 어색한 표현이다.
마음은 생각이나 느낌이나 행위나 욕망이나 의식과 함께 나타나는 것이 아
니라, 생각이 그대로 마음이요 느낌이 그대로 마음이요 행위가 그대로 마음
이요 욕망이 그대로 마음이요 의식이 그대로 마음이다. 다만 우리가 생각,
느낌, 욕망, 행위, 의식의 다양한 모양을 따라가기만 하기 때문에, 그 모양
들의 속에 변함 없이 깔려 있는 마음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마음은 평상시 의식으로 나타날 때 분별심으로 나타난다. 그러므로 우리는
의식적으로 마음을 찾고자 하여서는 마음을 찾을 수가 없다. 마음을 가지고
마음을 보지는 못하는 것이다.
마음을 보는 길은 오직 마음 스스로를 일깨우는 길 뿐이다.
여러 가지로 차별되게 나타나는 의식을 겉으로 드러나는 표면의 마음이라고
한다면, 우리가 찾아야 할 마음은 언제나 차별이 없는 마음 그 자체이다.
차별되게 나타나는 의식이 물결이라면 차별 없는 마음은 물 그 자체이다.
물결을 선택하여 취하고 버려서 이 물결은 물이고 저 물결은 물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의식에 어떤 물결이 일든 그 물결에는 관심
을 두지 말고, 오로지 마음 자체인 물을 찾고자 하는 간절한 소원을 의식의
깊숙한 곳에 못박아 두고서 매 순간 순간 가슴앓이를 해보라.
그리하여 때가 되면 마음 스스로가 그 아픔의 부름에 답하여 나타나 아픔
을 식혀주고 편안하게 해 줄 것이다. 지치지 않는 관심과 애정으로 마음을
찾는 것이 공부의 첫째 조건이다.
찾아라 그러면 찾을 필요가 없는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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