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상(祭祀床)의 조율시이(棗栗枾梨)의미
제사상에 올리는 과일로는 오색 또는 삼색을 쓰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중요하게 치
는 덕목 중의 하나는 아무리 간소한 제사라 할지라도 대추와 밤과 감(곶감) 배. 사과
(棗栗枾梨)과일은 필수적이라는 것입니다.
제사를 모실 때 보면 가가례(家家禮)라는 말이 있듯이 진설하는 방식은 집집마다 또는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다고 합니다.
그러나 대추와 밤과 감 배 사과없이 제사를 지냈다면 그 제사는 무효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중요시 하는데, 그 중에서도 대추와 밤과 감 이 세가지는 절대 빼놓지 않는다.
그런데 이것이 왜 그런가 하는 의미를 적어봅니다.
첫째로, 대추를 쓰는 이유는 무엇인가?
대추의 특징이라면 한 나무의 열매가 헤아릴 수 없이 닥지닥지 많이도 열린다는 것이
되겠지만,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그것의 묘한 생리다.
그것은 꽃 하나가 피면 반드시 열매 하나를 맺고서야 떨어진다는 것이다. 아무리 비바
람이치고 폭풍이 불어도 그냥 꽃으로 피었다가 꽃으로만 지는 법은 없다고 합니다.
꽃 하나가 반드시 열매 하나를 맺고서야 떨어진다고 합니다.
이것을 사람에게로 옮겨 놓으면 어떤 의미가 되겠는가?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반드시 자식을 낳고서 가야 한다고 합니다 그것도 많이 낳아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그래서 제상에 대추가 첫 번째 자리에 놓이는 것은 자손의 번창
을 상징하고 기원하는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한집안에 후손이 끊어지면 그 집안이 망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입니다.
막 혼례를 올린 신부가 시부모에게 폐백을 드릴 때,시부모 된 사람들이 대추를 한 움
큼 새며느리의치마폭에 던져 주는것도 같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아들 딸 구별 말고 대추 열 듯이 많이 낳아" 자손이 번창케 하라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밤을 꼭 쓰라는데 그것은 무슨 까닭인가?
밤이라는 식물도 생리가 묘하기는 마찬가지다. 한 알의 밤이 땅속에 들어가면 뿌리를
내리고 싹이 나서 줄기와 가지와 잎이 되어 성숙한 나무를 이룬다고 합니다.
여기까지는 여느 식물과 다를 바가 없다. 그런데 다른 식물의 경우 나무를 길러낸 최
초의 씨앗은 사라져 버리지만, 밤만은 땅속에 들어갔던 최초의 씨 밤이 그 위의 나무
가 아름드리가 되어도 절대로 썩지 않고 남아 있다고 합니다.
얼마나 오랜 세월이 흘렀건 간에 애초의 씨밤은 그 나무 밑에 생밤인 채로 오래 오래
그냥 달려 있다는 것이다. 밤의 생리는 이렇게도 묘하다나요. 그래서 밤은 나와 조상
의 영원한 연결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자손이 몇 십, 몇 백대를 헤아리며 내려가더라도 조상은 언제나 나와 영적으로 연결된
채로 함께 있는 것입니다.
지금도 조상을 보시는 위패, 신주(新主)는 반드시 밤나무로 깎는다. 밤나무가 특별히
결이 좋은 것은 아니요, 향이 있는 것도 아닌데 반드시 그렇게 하는 이유는 바로 밤나
무의 상징성 때문이라고 합니다.
셋째는 감입니다.
감을 왜 꼭 쓰는가? 역시 감이 지니는 묘한 생리 때문이라고 합니다.
속담에 이르기를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고 한다. 하지만 감심은 데
서는 절대로 감이 나지 않는다. 아무리 탐스런 감에서 나온 감씨를 심어도 거기서 나
오는 것은 감나무가 아니라 고욤(개암)나무입니다.
감씨를 그냥 심기만 해서는 그 나무에 고욤이 열리지 감이 열리지는 않는 것입니다.
고욤은 생김새는 감을 닮았지만 크기는 도토리만하고 떫어서 다람쥐 같은 들짐승들
이나 먹지 사람은 먹지 못할 정도 입니다.
감나무를 만드는 방법은 감씨를 심으면 고욤나무가 되는데 3~5년쯤이 되었을 때 그
줄기를 대각선으로 짼다음. 기존의 감나무 가지를 거기에 접을 붙이는 것입니다.
이것이 완전히 접합이 되면 그 다음부터 감이 열리기 시작합니다.
만약 줄기가 아니라 가지에 접을 붙이면, 한 나무인 데도 이쪽 가지에선 감이 달리고
다른 가지에서는 고욤이 열리는 묘한 일도 벌어진다고 합니다.
이 감나무가 상징하는 바는 사람으로 태어났다고 다 사람이 아니라 가르침을 받고
배워야 비로소 사람이 된다는 것입니다
율곡 선생이 쓰신《격명요결(擊蒙要訣)》의 첫줄도 "인생사세(人生斯世)에 비학문(非
學問)이면 무이위인(無以爲人)이니라." 하는 말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가르침을 받고 배우는 데에는 생재기를 째서 접붙일 때처럼 아픔이 따른다. 그 아픔을
겪으며 선인(先人)의 예지를 이어받을 때 비로소 진정한 하나의 인격체로 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듯 우리 조상들은 제물 하나를 차리는 데에도 자손에 대한 가르침을 염두에 두었다
고 합니다. 넷째 배 는 건강에 좋다해서 옛조상들도 건강을 소중하게 여기였나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