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 생각이 난다.
해마다 칠월이 다가오는 이맘 때, 짙은 향의 백합을 볼 때면 그 사람 생각이
난다. 장맛비가 쉼 없이 내리는 창밖에는 하얀 백합(百合)꽃이 비바람에 흔
들리고 있고, 빗줄기속을 타고 온 백합향기가 코끝을 지날 때는 그 사람 생각
에 명상에 잠겨, 말없이 하염없이 바라만 보게 된다.
흰 옷을 유난히 즐겨 입고, 백합처럼 맑고 고운 모습에 언제나 은은한 향기를
풍기는 듯 자애(慈愛)로운 그 모습을 지금은 볼 수가 없으니 더욱 그리운지도
모른다.
세월이 너무도 빨라, 때로는 조금 천천히, 때로는 고장 난 시계처럼 잠시 멈추
기라도 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옛말에도 '십년이면 江山이 변 한다'했는데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은 더욱 빠
르게 강산이 변하고 있다. 낮은 산들은 깎기여 공장이나 아파트가 들어서고,
웬만한 강들의 모습도 예전 모습을 잃어가고 있는지, 이미 오래전부터의 일이
다.
강산이 두 번도 넘게 지난 앞마당 백합은 자손들을 잘 길러내어 해마다 이맘때
면 곱고 향기로운 꽃을 피우고 있다.
한 꽃대는 대장답게 옆의 다섯 줄기의 아홉 송이를 하나의 꽃대에 백합이 피어,
보는 이를 즐겁게 해주고 있다.
잠시 비가 멎으니 백합꽃 향기가 더욱 진하게 창가에 다가온다. 백합향기에 취
해 죽는줄도 모르게 죽어간다는 어느 글의 구절을 떠 올리게 된다.
장마비가 그치고 나면 활짝핀 열 여덟 송이 백합꽃 짙은 향기를 한없이 限없이
百合같은 그 사람 몫까지 보내오겠지.........
2009년 6월 29일 靑 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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