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보다 최선 화창한 어느 날 박완서 작가가 탄 버스가 서서 꼼짝을 하지 않았다. 마라톤 대회로 교통이 통제된 까닭이다. 작가는 구경을 하기 위해 버스에서 내렸다. 선두권 주자들이 환호와 박수를 받으며 지나갔다. 이들이 오래 전에 지나간 뒤에 포기하지 않고 달리는 꼴지 주자들을 보면서 작가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작가는 그때의 묘한 감정을 이렇게 적었다. '나는 그를 위해 뭔가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내가 좀 전에 그의 20등, 30등을 우습고 불쌍하다고 생각했던 것처럼 그도 자기의 20등, 30등을 우습고 불쌍하다고 생각하면서 옜다 모르겠다 하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리면 어쩌나, 그래서 내가 그걸 보게 되면 어쩌나 싶어서였다. 어떡하든 그가 그의 20등, 30등을 우습고 불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