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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禁備嶺(금비령) 준비 없이 산을 넘지 말라.

靑 波 2024. 10. 20. 01:21

禁備嶺(금비령)  준비 없이 산을 넘지 말라.

나의 고향 경북 안동시 풍산읍에는 산이 너무 험하고 고개가 높아서 한번 넘어본 사람은 다시는 
넘지 않는재(嶺)로 유명했습니다.암행어사 박문수는 英祖때 암행어사로 이름을 날린 인물입니다.
암행어사 박문수가 어명으로 민정을 살피러 지리를 전혀 모른채 초행길로 경상도 풍산땅에 갔습
니다. 험한 고개를 넘다가 다 넘지 못하고 해가 저물어 산중턱에서 지치고 허기져서 그만 쓰러
지고 말았습니다.

짐승들 울음 소리만 계곡에 울려 퍼젔습니다. 주저앉은 암행어사는 혼신의 힘을 다해 일어 나려
고 발버둥 쳤습니다. 배는 고프고 지치고 목은 타들어 갔습니다,
"일어나야 한다" "일어나야 한다" 기를쓰고 일어나려 했지만 몸이 도저히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목은 마르는데 칠흑같이 어두운 높은 산에서 물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기진맥진하여 어쩔수 없이 그자리에서 꼬박 사흘을 미동도 못하고 오가는 사람도 없는 산중 길
가에 누워 있어야만 했습니다.
"도와 주시오." 큰소리로 구원을 요청하려고 생각 했지만, 탈진하여 소리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어쩌다 가끔 인기척이 날때마다 "물! 물!" 을 외쳐 보지만 구원을 요청하는 박문수
어사의 소리는 모기 소리보다 더 작아 누구의 귀에도 들릴 수 가 없었습니다.

그는 "이젠 틀렸다!"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삶을 포기했던 것입니다.
어쩌다 지나가는 사람이 있었으나 징그러운 뱀을 쳐다 보듯 별 관심없이 그냥 지나쳐 버리고 
말았 습니다. 그는 최후의 결단을 하였습니다.
이제 틀렸어! 체념한 듯 지긋이 눈을 감고 삶을 포기했습니다.

바로 그때였다 대 여섯명의 아낙들이 산에 나물을 캐러 왔다가 이 광경을 보게 되었습니다.
"웬 사람이 여기있지?" "옷차림을 보니 거지인가 봐!" "죽었나?"  "글쎄?"
그런데 그 남자는 "물! 물! 물!" 하고 목청껏 외쳤습니다. 그러나 기운이 없어 모기보다 작은 
소리로 외치는 어사의 소리를 듣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이 작은 목소리를 알아들은 한 젊은 아낙이 있었습니다.
"딱하기도 해라!" 이 높은 산골짜기에 물이 어디 있단 말인가?"
그 여인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그 사람의 곁에 다가가 퉁퉁 불은 하얂고 풍만한 젖을 꺼내 
그 목말라 죽어가고 있는 그 남자에게 젖꼭지를 물렸습니다.옆에서 보고있던 같이 갔던 아낙  
들은 혀를 찼습니다.

"쯧" "쯧" "어머, 세상에!" "망측해라! 하며 모두들 수근거렸습니다.
"새파랗게 젊은 여자가" "외간 남자에게 젖을 물려!" 아낙들은 저마다 놀란 얼굴로 빈정댔습
니다. 쓰러져 죽어가든 그 남자는 젖꼭지가 입에 닫자마자 갓난 아기가 어미 젖을 빨듯 품에   
파고들어 얼마나 세차게 빨든지 젖꼭지가 아플 지경이었습니다.
한참동안 정신없이 빨더니 다소 갈증이 가시게 되어 정신이 드는 듯 했습니다.

"부인, 정말 고맙습니다." 생명의 은인인 그 아낙에게 무한한 고마움을 표했습니다.
그 여인의 마음은 죽어가는 그 사람을  산중에서 홀로 죽어 가도록 그냥두고 산길을 내려 갈   
수가 없었습니다. 무거운 나물 보따리를 이고, 그 남자를 부축하며, 고갯길을 천천히 산 아래
로 내려 갔습니다. 한편, 앞서 내려갔던 아낙들은 동네앞에 모여 입에 거품을 물고, 젖을 먹여
준 그 아낙 에 대해 입방아를 찧으며 흉을 보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미치지 않고서야 그럴 수가 있지?"  "그래요"  "서방 있는 년이 그따위 짓을 할 수가 
있어?" 못된 년이야! 하며 그 여인을 "몹쓸년" "화냥년" 하며 욕을 하였습니다. 그 말은 남편
에게 까지 전해지고 남편은 참을 수 없이 분노 했습니다.몸을 부르르 떨며 이를 빠드득 갈았  
습니다.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다"  "도저히 용서 할 수 없다 오면 죽여 버리겠다"며 도착 하기
만을 기다 리고 있었습니다.

한참 후에 아내는 머리에 산나물 보따리를 이고 그 남자의 어께를 부축하고 동네 어귀에 들어  
오고 있었습니다. 삼삼오오 수군거리던 동네 사람들 사이로 돌진하는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 여인의 남편이었습니다. 남편은 아내에게 달려들어
"이 화냥년!" "그게 할짓이냐?"  "생전 모르는 놈에게 젖을 먹였어?"
남편은 흥분하여 아내를 마구 때렸습니다. 아내는 정신없이 얻어맞고이마에 피까지 났습니다.

"제가 잘못했어요." 아내는 애웠했습니다. 용서해주세요.제발 !"하며 남편 앞에 무릅을 꿇고
빌었습니다. 겨우 살아나 생명을 구하고 비틀거리며 간신히 일어난 박문수는 남편의 매질을 
가까 스로 막으며 말했습니다.

"잠시 참으시고,내말 좀 들어 보시오!" 하며 말렸습니다. 그러자 남편은 불난데 기름을 끼얹은  
듯 더욱 화를 냈습니다. "뭐라고? 이자식아!" 하며 다짜고짜 박문수어사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 습니다. 어사는 "어이쿠!" 하며 쓰러젔습니다.
몸이 온전히 성치못한 암행어사 박문수는 코피를 쏟으며 벌렁 뒤로 나자빠졌습니다.
그런데도 남편은 더욱 화를 못참아, "이 새끼! 죽여 버리겠다!"고 하며 쓰러져 신음하는 박어사  
를 향해 사정없이 발길질을 또 했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구경만 하고 있을뿐 아무도 그 싸움에 나서서 말리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앗!"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의 입에서 놀란 비명이 터져 나왔습니다. 
"암, 암행어사다!" 이 말에 모두가 소스라치게 놀라 달아났습니다. 땅에 쓰러진 암행어사 박문
수 가  발길질을 피하느라 몸부림 치면서 허리춤에 차고있던 반짝이는 암행어사 마패를 사람  
들이 본 것입니다.

마구 발길질을 하던 남편의 얼굴은 금세 새파랗게 질려 있었습니다.
감히 암행어사를 발길질 하고 코피까지 나게 한 것입니다. 이 광경을 보고있던 사람들도 모두 
얼 빠진 모습들이었습니다.
"아이고!" 남편은 암행어사 앞에 무릎을 꿇고 빌고 있었습니다.
"어사님 죽을죄를 졌습니다. 목숨만 제발 살려 주십시오." 암행어사 박문수는 이제야 겨우 정
신을 차리고, 몸을 일으키더니 무릅꿇고 있는 남편을 보았습니다.

이 순간 암행어사 박문수는 깊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아! 백성들이 죽어가는 사람의 목숨이 귀하고 소중할진데  어찌하여 풀밭에 개구리 보듯 아무 
관심  없다가 이까짓 어사 마패에는 왜? 저렇게 관심이란 말인가?
사람들은 어사 마패만 무서워 하는구나!, 사람들이  소중한 사람의 목숨이 아니라! 이 암행어사 
마패야. 혼자 깊은 생각에 잠기다가 정신을 가다듬고 근엄하게 그 남편에게 말했습니다.

"나는 오늘 당신의 아내가 아니었으면 저 산속에서 죽고 없었을 것이오! 난 오늘 당신의 아내
덕분에 목숨을 건졌소." "당신의 아내는 실로 아녀자로서 행하기 어려운 자비를 베풀어 나의 목
숨을 구해 주었오. 당신의 아내는 나의 생명의 은인이오! 그러나 오늘 당신의 행패가 너무 극심  
하여 용서할 수 없소. 전, 후 사정을 알아보지도 않고 사람을 그렇게 때리는 법이 있소?"

 "무고한 사람을 때린 죄가 매우 크오 당장 벌을 줄 수 있으나 당신 아내의 은혜 때문에 오늘은
이만 가겠소.그동안 집에서 근신하고 기다리시오" 라고 하고는 마을을 떠났습니다.
"아이구!  이제 죽었구나" 암행어사를 때리고 발길질까지 한 남편은 부르르 떨며 어찌 할 바를 
몰랐습니다. 큰 죄를 받을 운명에 처해 지옥문 앞에라도 서 있는 심정이었습니다.

며칠이 지나자,관가에서 그에게 출두 명령이 내렸습니다. 동헌 관가에 나아가 부부가 나란히   
앉아 벌벌 떨고 있는데 암행어사가 앉았습니다. 부부는 납작 업드려 제발 목숨만 살려 주십시오.
그러더니 어사가 남편에게 말했습니다.
"부디, 아내를 아끼고 사랑해 주시오" 그리고는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생명을 구해준 은혜에 보
답하고자 하오.사양말고 받아 주시오. 두분을 위하여 얼마간의 전답을 준비하였으니 부디 행복
하게 잘 살아 주시오."

이건 어찌된 일인가? 꿈인가 생시인가? 큰 죄를 받을줄 알았던 남편은 아내덕에 죄를 면하게 되
어  감격하여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리고 감사했습니다.
 이 말은 후에 전설처럼 세상에 널리 알려지고 부부는 행복하게 일생을 잘 살았다고 합니다.

암행어사가 죽을뻔 한 그 고개를 사람들은 오늘날 '금비령(禁備嶺)'이라 부른다고 합니다.
금비령(禁備嶺)의 뜻은 준비없이는 그 고개를 넘지 말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옮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