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물결

靑波 作品/追億의 蔚山

베푸는 것은 행복이다

靑 波 2011. 1. 8. 09:17


    베푸는 것은 행복이다 내가 살든 고향마을에 작은 암자가 하나 있다. 그 절에는 구슬같이 맑은 샘(石間水)이 있고, 멀지 않는 곳에 신 라시대 부터 있었다는 본 절은 오래전에 빈대 때문에 불을 질러 없어졌다는 얘기가 전해오는 절터에는 예전에 절이 있었던 흔적으 로 청기와 조각이 많이 보이는데, 절터는 명당이란 말이 맞는 듯, 언제인가 인근마을 鄭 某라는 사람이 할아버지 의 묘를 쓰고 난 후로 재산이 불어나 富와 권력을 누리게 되었으니, 지금은 옛 절 터는 그들의 가족묘지로 변해 버렸다. 어릴 적 함께 자란 친구의 아버지가 이절의 主持 스님이셨다. 삼일절 기념식을 만세 운동이 일어났던 면사무소 옆 장터에서 할 때면 친구의 아버지 는 붉은 장삼을 입고 기념식에 참석하여 목탁 을 두드리며 염불을 하셨는데, 근엄한 모습이셨다. 절을 오르는 오솔길 옆 개울에는 물이 맑아 가재가 많았고 비가온 뒤에는 송이버섯을 많이 딴다고 했다 산등성이에서 싸리버섯은 따 보았지만 송이가 나는 곳은 아무에게도 가르쳐 주지 않았다. 육이오 전쟁이 난 해 여름날 친구들과 절에 가서 함께 놀았는데, 점심때가 되니 공양주 보살이 "oo야! 점심 먹어라!" 하면서 작 은 방으로 밥상을 들고 가는데 한 여름철에는 보기 어려운 하얀 쌀밥이 눈에 띄었다. 침이 꼴깍 넘어가는 걸 참고 혹시나 '얘들아 같이 먹을래?' 하고 부를까봐 우리들은 말없이 서로 처다 보고 있었다. 방문을 닫고 들어간 절집친구는 밥을 다 먹고 나와서는 혼자먹어 서 미안한 표정하나 없이 천연덕스럽게 "절에는 반찬이 안 좋아..."하면서 밖으로 나왔다. 우리 마을에 그들의 식구들이 살고 있는 집에서는 언제나 흰쌀밥 에 고기반찬으로 잘 먹고 지내니 그에게는 그럴 수도 있었다. 기 분이 상한 우리들은 절을 내려오면서, "...못된 애 새끼....." "부처님께 공양올린 쌀로 ...너무하는 거 아이가?" "인정머리 없는 자식..." 여름철에 원만한 집에는 흰 쌀을 구경하기 힘들기도 했지만, 도시락 하나로 고추장에 뽁은 굵은 멸치 하나씩 들고 나뭇가지 를 꺾어 젓가락을 만들어 사이좋게 나누어 먹고 부족하고 매운 걸, 물로서 배를 채우던 친구 사이였는데, 어린나이에도 그럴 수가 있나 하는 생각에 몹시 서운했던지 그 후로는 절에 놀러가 는 횟수가 줄어들었던 것 같다. 그로부터 몇 년의 세월이 흐른 뒤 비구승이 대처승을 쫓아내고 절을 차지할 때 절집 친구 아버지도 주지(庵主)에서 물러나게 되었다. 나는 고향을 떠나 부산에 살고 있었는데, 생활이 하루아침에 궁 핍하게 바뀌었다는 소문이 들리더니 이 삼년이 지난 어느 날 아 무른 연락도 없이 친구가 불쑥 찾아와서는 며칠이 지나도 집에 돌아갈 기미가 없더니, 한다는 말이 "취직 시켜 줘......." 취직이 쉽게 될 때가 아닌지라 기가 막힐 노릇 이였다. "취직자리 생기면 연락 할 테니 집에 가서 기다려라." 여러 번 타일렀는데도 막무가내로 며칠이고 계속 눌러 있으면서 아예 돌아갈 눈치가 보이지 않았다. 예나 지금이나'베풀 줄 모르는 사람은 남에게 바라는 것은 많다' 두어 해 정도 함께 지내다, 두 번이나 내 자리를 내어주고 얼 마동안 다소의 고생을 하기도 했다. 멀리 떨어져 살고 있지만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친구는 나에게 별다른 고마운 감정을 느끼게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서운한 생각보다도 그 당시 내가 그에게 베푼 일들은 참 으로 잘 한 일이였다고 여겨진다. 친구가 안 좋은 사람같이 돼 버렸는데 꼭 그런 것은 아니다. 그 친구에게도 좋은 면이 많고, 착한마음을 지닌 좋은 사람이다. 친구가 느끼지 못한 걸 깨우쳐 줄 수 없었던 어느 부분을 얘기 하다보니 그렇게 비쳤을 뿐이다. 나 자신도 깨닫지 못한 이와 같은 일들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무술영화에서 생명의 은인에게 목숨을 걸고 보답하는 장면을 흔 히 보게 되는데, 물론 은혜와 의리를 극대화하게 나타내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現實은 그렇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다. '지난 날 도움을 받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담을 느끼며 오히려 멀리하고 모른 체 하기 일쑤다' 무엇을 바라고 남을 도우는 것은 베푸는 것이 아니라 뇌물이나 거래인 것이다. '도움을 주거나 베풀 수 있다는 것만으로 흐뭇하고 행복해 하며 만족해야 한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많은 도움을 받기도하고 주기도 하면서 살아 가는 것이라는 걸 깨달아야 한다. 청 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