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물결

靑波 作品/靑波 生覺

어머님 생각나는 밤에

靑 波 2002. 11. 18. 00:05





      어머님 생각나는 밤에



    어머님!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어머님을 불러 봅니다.
    오늘밤 같이 바람이 몹시 부는 날이면 유난히 지난날 의 어머님 생각
    을 하게 됩니다.

    길지도 않은 팔십 평생 살아오시며, 숱한 고통과 슬픔을 느끼며, 어린
    자식들 길러 시느라 혼자서 고생도 많으셨을 어머님! 생각할수록 못난
    자식의 불효를 어찌 다 용서를 빌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어머님 영전에 놓였든 그 국화꽃들이 칠 년이 지난 지금도 어머님 아버
    님 무덤가에 여름이면 어김없이 곱게 피어 있답니다.

    제가 열 살도 채 안된 어린 나일 적에, 어머님을 따라서 蔚山장날에 간
    적이 있지요, 어머님은 장터에서 선지 국수 한 뚝배기를 사 주시며,
    "체할라 천천히 먹어라.."
    "엄마는......?" 하고 권했더니,
    "나는 게 안타, 많이 먹어라" 인자하게 말씀하시며, 저 에게만 국수 한
    그릇 시켜 주시든 그 때 일을 지금도 잊지 않고 생각납니다.

    어머님! 제가 집 떠나올 때의 꿈은 제대로 이루지 못했지만, 큰 어려움
    없이 子息 모두 성장시키고, 건강하고 착하게 살아 왔으니, 그나마 스스
    로 위안으로 삼고 지냅니다.
    歲月이 흐르는 물과 같다더니, 이젠 저도 머리에 흰 서리 가 내린 듯
    半白의 중년이 다 되었답니다,
    지난 세월 속에는 怨望도 恨도 많았으나 모두가 지나간 옛일이지요, 只
    今와서 生覺하면 모두가 나 자신이 얼마나 못나고 부족한 사람 이였는지
    를 느끼게 합니다.

    어머님 떠나시든 그 해 어버이 날, 평소에 가까이 지내시든 친구 분들을
    함께 모시고, 兄任과 같이 亭子 바닷가 횟집에서 생선회를 유난히 맛있게
    잡수시고, 南牧 동축사 가파른 계단을 오르시면서, 하시든 말씀이 새삼
    생각납니다.
    "내가 살집 다 지어 가더라..지붕에 기와 올리던데, 선선할 때는 가야지"
    하시든 말씀이 석 달도 안 돼 사실로 나타났습니다.
    그 때 그 말씀이 어머님께서 豫言하시는 말씀 인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평소에 정정하셨으니까, 생전에 좀 더 잘 해 드리지 못한 게 한없이 後悔
    스럽습니다.

    동네 경노 잔치에 가셔서 아는 분들 모두 만나서 미리 작별인사라도 하듯,
    떠나실 준비를 하신 것 같아요.
    하루도 편찮아 누우신 적 없이, 아침진지 잘 드시고, 덥다며 목욕까지
    하신 뒤 편안히 낮잠 주무시며, 자는 잠에 돌아 가셨으니,

    저희들은 얼마간은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고, 금방이라도 건강한 모습으로
    저희들을 반갑게 맞아 줄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들은 어머님을 죽음의 복을 타고나신 분이라고들 하지만, 갑자기 떠나
    신것을 쉽게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생전에 못 이룬 행복을 영원토록 누리시길 불초 眞心으로 빕니다.

    95. 9 팔을베고 눈을감으니(청파 수필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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