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물결

靑波 作品/追億의 蔚山

옛 절터 능 소화의 鄕愁

靑 波 2015. 6. 24. 12:51

                                 옛 절터 능 소화의 鄕愁



    蔚山의 名山인 舞龍山의 서쪽이 蓮岩 동쪽은 亭子인데, 고개 마루를 가분데(가운데)고개라 불렀다, 신라임금이 지나갔다 해서 예전엔 왕거령(王去嶺)이라고도 부르기도 했다고 한다.
    지금은 연암서 亭子로 가는 길이 4차선 자동차 전용도로가 시원스레 뚫려있지만 오래전에는 산허리를 구불구불 돌고 돌아 오르막길을 가분데 고개까지 오른 뒤 다시 내려가야 동해 바닷가인 정자로 가는 아직도 남아있는 이 길뿐이었다.

    가분데 고개 못 미친 무룡산 기슭에 ‘절텟 골’(절터 골)이라는 곳에는 빈대 때문에 없어졌다는 통일신라시대 五峰寺(現 玉泉庵 本寺)가 있었다고 전해지며, 절터 골에서 도로를 건너 좀 떨어진 南山에는 나무가 적고 사태진 바탈진곳에서 깨진 청기와 조각이 발견되기도 했고, 거기다 임금이 다녀갈 정도로 오봉사가 新羅때 꽤 큰 寺刹임을 짐작케 한다.

    절터가 명당자리라 했던가? 이 지방 어느 부잣집 가족묘지가 되어있는데, 지금은 울타리로 막아 두었으나, 어릴 적 그곳은 牧童들이 뛰어놀기에 좋은 곳이기도 했다.
    절터 중간지점에 돌무더기가 길게 산 아래를 향해 흘러내려있는 곳에 여름이면 길게 넝쿨이 뻗으며 이름을 알 수 없는 나팔꽃모양 비슷하면서 당당해 보이는 주황색 고운 꽃이 흐드러지게 많이 피었다.

    꽃이 너무 좋아 마라톤 선수 손기정선수 월계관 흉내 내느라 줄기 채 꺾어 모자처럼 머리에 두르기도 하고, 집에 와서는 물병에 꽂아두기도 했다. 그 때는 그 꽃이 능 소화인지를 몰랐다.
    해마다 여름엔 소들을 방목하러 무룡산 자락을 가면서 절터 골을 자주 가게 되는데, 7월이면 그 고운 넝쿨 꽃이 좋아 돌 더미 있는 곳으로 자주 가곤했다.
    江山이 수차례 바뀐 뒤에야 그 꽃 이름이 능 소화임을 알게 되었는데, 원산지가 중국인 능 소화를 몇 해 전 형님 친구 분과 북경여행가서, 자금성 후원에서 능 소화를 볼 수가 있었다.

    조선시대 장원급제를 한 사람의 화관에 꽂아주는 어사화(御史花)로 사용되었다는데, 꽃말은‘영광과 명예’양반집 마당에만 심을 수 있었다는 一名‘양반 꽃’또는‘부자 꽃’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능 소화는 업신여길凌 하늘宵 하늘을 깔 볼 정도로 고고하다는 뜻이 담겨 있는 꽃답게 시들기 전에 떨어지므로 시든 꽃이 줄기에 달려있는걸 볼 수가 없고 밤에도 꽃 모양이 변하지 않는 능 소화지만 그에 어울리지 않게 슬픈 전설이 있다.

               능 소화(凌宵花 ) 전설

    옛날 중국 어느 착하고 아리따운 소화라는 궁녀가 있었다는데, 임금의 사랑을 받게 되어 빈의 자리에 올라 궁궐 한 곳에 따로 처소까지 있었다.
    홀로 계신 어머님이 위독하단 전갈을 받고 집에 다녀오는 동안 비빈들의 시샘과 음모로 임금이 다시는 소화를 찾아오지 않자, 소화는 이제나 저제나 임금이 오실까 애타게 기다리며, 행여 임금님 오시는 발자국 소리가 들리는지 담 밖을 하염없이 바라보다 지친 소화는 상사병에 걸려,“내가 죽으면 담가에 묻어 달라”는 애절한 유언을 남기고 죽어갔다고 한다.

    이듬해 소화가 묻힌 담가에 새싹이 힘차게 돋아나 담 밖을 보려는 듯 줄기가 담 위까지 뻗어나 주홍빛 꽃을 피었는데 이를 능 소화라 한다. [자료 : 네이버]

    5년 전 화분에 꽃이 피어있는 능 소화를 다소 高價에 구입해 정원에 심었는데 이듬해 넝쿨만 길게 뻗어나고 꽃은 피지 않았다.
    삽목 번식이 된다는 걸 알고 여름에 넝쿨 여러 개를 잘라 담 아래 반그늘에 꺾꽂이를 해두었더니 보름쯤 지내 서너 포기가 새잎이 나왔으나 자라지는 않더니, 겨울에 잎이 떨어지고 줄기가 작게 남아있더니, 이듬해 봄 새잎이 돋아나고 힘차게 자라 여름에는 담 위 까지 타고 올랐다. 능 소화 삽목(揷木)후 새잎이 나와도 흙속 마디에 뿌리가 내리기에는 2달~5개월여 걸리므로 完生 까지는 기다리는 인내심이 필요했다.

                   

               왼쪽 은 삽목 1년 만에 봉우리 맺었고, 오른쪽 2년반이 지났으나 봉우리가 없다.


    가을에 1.3m 넘는 줄기는 절지(折枝)하고 일반적으로 담장위에 올리려 담 옆에 심는데, 담장에서 적당히 떨어지게 간격을 두어 옮겨 심으며 대신 각목으로 지지대를 세웠다. 綠色의줄기는 갈색으로 변하여 木質이 되더니, 꺾꽂이 한지 만 2년만인 7월 초 드디어 꽃이 피었다. 신기한 건 2년이 지나도 키만 크고 꽃이 피지 않는 녀석이 있는가 하면 1년 만에 꽃망울이 맺어 꽃을 피우는 살가운 녀석도 있다.

    능 소화 꺾꽂이해서 기르는데 는 많은 노력과 정성이 필요하며, 성공률도 이와 비례 한다 올해로 5년간 삽목한 능 소화를 화분에 심어 知人들에게 50여 그루나 나누어주었는데, 기르는 재미와 나눔의 흐뭇함을 느낄 수 있어 좋았지만, 이제는 지치고 실증이 나서,  2년을 더 길러야 하는 열 댓 개 화분을 끝으로 능 소화 삽목 기르기를 매듭지을 생각이다. 

     
                          4 일전 피기 시작한 삽목한 능소화의 고운자태

    능 소화 꽃은 피고 나서 오래가지는 않지만, 꽃대가 계속 뻗으며 봉우리를 맺으며 6월20일경 피기 시작해 한 달 반 이상 계속 피는데 7월 중순경이 한창이다.
    일반적으로 능 소화를 길가 낮은 담장에 올려 키우지만, 이웃과 경계 담에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면 담에서 다소 떨어지게 심고 특히 작은 정원의 좁은 공간엔 집 안쪽으로 꽃 줄기가 향하도록 철사 같은 걸로 모양을 잡아 주는게 좋다.
    해마다 대부분의 꽃이 지고 난 여름이면 내가 좋아하는 능소화가 작은 정원의 주인공이 되어 어미 능소화와 삽목으로 자란 세그루에서 핀 꽃들이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는데, 어릴 적 어느 절터에서 보던 이름조차 몰랐던 능소화의 鄕愁마져 느끼므로 더욱 만족스럽다.

                                        2015년 6월 24일 靑 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