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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 쉼터/中要 6 經典集
임제록 19. 지금 여기에 뚜렷한 것
靑 波
2003. 3. 14. 08:08
임제록 19. 지금 여기에 뚜렷한 것
바로 지금 눈 앞에서 홀로 밝고 뚜렷이 듣는 것인 이 사람은, 곳곳에서 막히지 않고 온 우주를 관통하며 삼계(三界)에 자유 자재하여 모든 차별 경계에 들어가더라도 바뀔 수가 없다. 한 찰라 사이에 법계에 들어가 부처를 만나면 부처에게 설법(說法)하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에게 설법하며, 나한을 만나면 나한에게 설법하고 아귀를 만나면 아귀에게 설법하니, 모든 곳을 두루 다니며 중생을 교화하지만 한 생각을 떠난 적이 없다. 이르는 곳마다 깨끗한 빛이 온 우주를 투과하니 온갖 것 들이 한결같다. 한 마디 말도 붙을 자리가 아니다. 한 생각도 붙을 자리가 아니다. 말을 세웠다 하면 이미 벗어났음 을 느낀다. 생각을 굴렸다 하면 벌써 엉뚱하게 빗나가 버렸음을 안다. 한 마디 말도 붙이지 않고 한 생각도 내지 않는데도, 왜 이렇게 분명하고 담담하고 후련하고 흔들림 없고 아쉬움 없고 안온할까? 알 수 없고 생각을 붙일 수 없는 자리라서 온갖 어지러운 생각이 일어나지 않는 것일까? 생각을 일으키지도 않고 말을 붙이지도 않고 알음알이도 없 지만, 다가오는 인연에 응하여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함에 조금의 장애도 없다. 도리어 생각을 일으키고 말을 붙이고 알음알이로 헤아릴 때가 훨씬 더 힘들고 장애가 많음을 안다. 이렇게 편하게 매 순간 순간을 지낼 수 있다는 것이 그저 신기할 뿐이지만, 이렇게 편하게 지내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임이 분명하다. 이렇게 편안한 것인데 왜 생각이니 말이니 알음알이니 하는 무거운 짐을 스스로 지고서 그렇게 힘들어 하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여기 생각도 말도 붙을 수 없는 자리에 충분히 익숙해지고 이 자리의 힘이 충분이 강해지고 보면, 본래 모든 생각과 말과 행동이 한 점의 남김도 없이 모두 바로 이 자리에서 이루어짐을 볼 수 있다. 여기에서 보면 모든 것은 오로지 한결같을 뿐이다. 말이 붙을 수 없는 이 자리에 한 마디 말이 있고, 생각이 붙을 수 없는 이 자리에 한 생각이 있으며, 보고 듣고 느끼고 의식하는 것이 모두 이 자리에서 한결같을 뿐이다. 이 자리라고 할 그 무엇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말하면서도 말이 없는 이 자리를 떠나지 않고, 생각하면서도 생각이 없는 이 자리를 벗어나지 않고, 행동하면서도 행동이 없는 이 자리에 늘 머물고 있다. 그러므로 말은 말이 아니고 생각은 생각이 아니다. 이러한 진실을 생각으로는 어떻게 하여도 이해할 수가 없고 말로는 어떻게 하여도 설명할 수가 없다. 말로 설명할 수도 없고 생각으로 이해할 수도 없지만, 이러한 진실은 너무도 뚜렷하고 명백하게 체험되어서 부정하거나 무시하거나 거부할 수가 없다. 의식적으로 부정한다면 그것은 의식의 습관적 조작이겠지만, 그러한 의식의 조작 가운데에서도 결국에는 이것을 부정할 수 없음을 스스로 안다. 사실 부정과 긍정, 수용과 거부는 의식의 조작에 의해서만 생겨나는 것이고, 여기에서는 그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저 분명하고 명백할 뿐 분별하고 판단함에 따라 결정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바로 지금 눈 앞에서 벌어지는 보이고 들리고 느껴 지고 만져지고 생각되고 의식되는 모든 것들이 흔들림 없이 한결같고 부정할 수 없이 명백하지만, 한 생각도 그곳에 개입 하고 있지 않아서 조금의 불편이나 갈등이나 의심이 없다. 바로 지금 눈 앞에서 한결같이 명백한데, 다시 무슨 말을 붙 이고 무슨 생각을 굴리겠는가? 본래가 그러할 뿐인데, 스스로 왜곡시키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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