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제록강의 5-2 지금 여기서 진행중
부주(府主) 왕상시(王常侍)가 여러 관원들과 함께 임제(臨濟)
선사(禪師)에게 법좌(法座)에 올라 설법(說法)할 것을 청하였다.
임제가 법좌에 올라 말하였다.
"산승(山僧)은 오늘 사정이 부득이하여 인정을 따르다 보니 이 자리
에 올랐다.조사(祖師)의 門中에서 일대사(一大事)를드러낸다면
[稱揚], 곧 입을 열 수도 없고 발을 디딜 곳도 없다.
그러나 오늘은 상시(常侍)께서 간절히 청하시니 산승이 어찌
종지(宗旨)를 숨기겠는가?
당장 진(陣)을 펼치고 기(旗)를 내걸 능력 있는 선객(禪客)이
있는가?
있다면 대중(大衆) 앞에 근거(根據)를 밝혀 보라!"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불법(佛法)의 큰 뜻입니까?" 임제가 바로 "악!"하니,
그 스님이 절하였다.
임제가 말했다.
"이 스님과는 그래도 이야기를 나눌만 하구나."
그 스님이 물었다.
"스님께선 누구의 노래를 부르시며, 종풍(宗風)은 누구를 이어
받았습니까?"
"나는 황벽(黃檗)스님 아래에서
세 번을 물었다가 세 번을 얻어맞았다."
그 스님이 무언가 말하려는 듯 머뭇거리는데,
임제가 곧 "악!"하며 때리고 말했다.
"허공(虛空)에 말뚝을 박을 수는 없다."
어떤 좌주(座主)가 물었다.
"3승(乘)12분교(分敎)가 어찌 佛性을 밝힌 것이 아니겠습니까?"
임제가 말했다.
"거친 수풀을 호미질한 적이 없다."
"부처가 어찌 사람을 속이겠습니까?"
"부처가 어디에 있느냐?"
좌주가 말이 없자, 임제가 말했다.
"상시(常侍) 앞에서 나를 속이려 하는가? 어서 어서 물러가라!
다른 사람이 묻는 것까지 방해하겠다."
또 말했다.
"오늘의 법회(法會)는 일대사인연(一大事因緣) 때문이다.또 묻고자
하는 사람이 있는가? 있다면 어서 나와서 물어라!
그러나 그대들이 입을 열기만 하면 바로 어긋나 버린다.왜 그런가?
보지도 못했는가,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법(法)은 문자(文字)를
여의었으니,인(因)에도 속하지않고 연(緣)에도 있지 않기 때문이다
고 하신 것을?
그대들은 믿음이 부족하기 때문에 오늘 갈등하는 것이다.
상시(常侍)와 관원(官員)들을 가로막아 그들의 불성(佛性)을
어둡게 할까 두렵구나. 그만 물러가는 것이 좋겠다."
임제는 한번 "악!"하고는 다시 말했다.
"믿음이 부족한 사람은 결국 깨달을 날이 없을 것이다. 오래 서
있었으니, 편히들 쉬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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