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기쁨에 넘치는 보살의 자리[歡喜地]1
금강장보살이 말했다.
"불자여, 어떤 중생이 깊이 善根을 심으면, 모든 행을 잘 닦고, 도를 돕는 법을
잘 모으고, 부처님께 잘 공양하고, 청정한 법을 잘 쌓고, 선지식이 잘 거두어
주고, 깊은 마음을 청정하게 하고, 넓고 큰 뜻을 세우고, 넓고 큰 지혜를 내고,
자비가 앞에 나타난다. 그것은 부처님의 지혜를 구하기 때문이며, 열 가지 힘
[十力]을 얻으려 하기 때문이며, 크게 두려움 없음을 얻으려 하기 때문이며,
부처님의 평등한 법을 얻으려 하기 때문이며, 모든 세상을 구제하려 하기
때문이며, 큰 자비를 맑게 하려 하기 때문이다. 모든 부처님의 세계를 깨끗이
하여 장애를 없애려 하기 때문이며, 한 생각에 모든 三世를 알려고 하기
때문이며, 큰 法輪을 굴려 두려움을 없애려 하기 때문이다.
불자여, 보살이 이와 같은 마음을 일으키는 것은 大悲心을 머리로 삼아 지혜가 늘고,
좋은 방편에 포용되고, 가장 뛰어난 깊은 마음으로 유지되고, 여래의 힘이 한량없어
잘 관찰하며 분별하고, 용맹한 힘과 지혜의 힘으로 걸림 없는 지혜가 앞에 나타나고,
자연의 지혜가 앞에 나타나고, 자연의 지혜를 隨順하고, 모든 불법을 받아들여
지혜로써 교화한다. 넓고 크기가 법계와 같고, 끝없기가 허공과 같아서
미래까지 다한다.
보살이 처음 이와 같은 마음을 내면 곧 범부의 자리를 뛰쳐나와 보살의 자리에
들어가 여래의 집에 태어나니, 그 가문의 허물을 말할 사람이 없다. 세상의 길을
떠나 출세간의 도에 들어가며, 보살의 법을 얻고 보살의 처소에 머물며, 과거.현재.
미래가 평등한 데 들어가 여래의 종자 가운데서 반드시 최상의 보리를 얻을 것이다.
보살이 이와 같은 법에 머물면 보살의 歡喜地에 머물렀다고 하는데,
이것은 움직이지 않는 법과 서로 응하기 때문이다.
보살이 환희지에 머물면 여러 가지 기쁨과 청정한 신심과 즐거움과 法悅과
기쁜 경사와 용맹과 다틈이 사라지고, 여러 가지 시끄러움이 없어지며,
인욕의 덕을 성취한다.
보살이 이 환희지에 머물러 부처님을 생각하므로 기쁘고, 부처님 법을 생각하므로
기쁘고, 보살을 생각하므로 기쁘고, 보살행을 생각하므로 기쁘다.
청정한 바라밀[完成]을 생각하므로 기쁘고, 보살의 자리가 뛰어남을 생각하므로
기쁘고, 깨뜨릴 수 없음을 생각하므로 기쁘고, 여래께서 중생을 교화함을 생각하므로
기쁘고, 중생들이 이익을 얻는 것을 생각하므로 기쁘고,
모든 여래의 지혜와 방편에 들어감을 생각하므로 기쁘다.
또 이와 같이 생각한다. 내가 모든 세상의 경계를 점점 떠나므로 기쁘고,
모든 부처님을 가까이하므로 기쁘고, 凡夫의 처지를 떨쳐버렸으므로 기쁘고,
지혜의 자리에 가까워지므로 기쁘다. 온갖 나쁜 버릇을 아주 끊었으니 기쁘고,
모든 중생의 의지처가 되니 기쁘고, 모든 부처님을 뵙게 되니 기쁘고,
부처님의 울 안에 났으니 기쁘고, 보살의 평등한 성품에 들어갔으니 기쁘고,
온갖 무섭고 소름 끼치는 일에서 벗어났으니 기쁘다. 보살이 환희지에 이르면
온갖 두려움에서 멀리 벗어난 것이니, 이른바 살기 어려움에 대한 두려움,
나쁜 이름을 얻을 것에 대한 두려움, 죽음에 대한 두려움, 惡道에 떨어질 두려움,
대중의 위세에 대한 두려움 등에서 멀리 벗어난 것이다.
왜냐하면 이 보살은 "나"에 대한 집착에서 떠났기 때문에 내 몸도 아끼지 않는데
하물며 재물을 아끼겠는가. 그러므로 살아가는데 두려움이 없다.
남의 공양을 바라지 않고 모든 중생에게 베풀기만 하므로 나쁜 이름을 얻을
두려움이 없다. "나"에 대한 집착에서 이미 벗어났기 때문에 "나"의 존재도 없는데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있겠는가. 자기가 죽더라도 부처님이나 보살을 떠나지 않을
것을 분명히 알기 때문에 악도에 떨어질까 두려워하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그 누구하고도 견줄 수가 없기 때문에 대중의 위력을
두려워할 것이 없다. 보살은 이와 같이 온갖 두려움에서 벗어나 있다.
불자여, 大悲로 으뜸을 삼는 이 보살의 광대한 뜻은 무너뜨릴 수 없으며,
점점 부지런히 착한 일을 쌓아 성취한다. 그것은 믿음이 늘기 때문이며,
청정한 믿음이 많기 때문이며, 지혜가 청정하기 때문이며, 믿음이 확고하기
때문이다.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내기 때문이며, 크게 인자함을 이루기 때문이며,
마음이 고달프지 않기 때문이며, 부끄러움을 알기 때문이며, 부드럽고 온화함을
이루기 때문이며, 부처님이 가르치신 법을 공경하고 존중하기 때문이다.
또 밤낮으로 착한 일을 해도 만족할 줄 모르고, 선지식을 가까이하고, 항상 법을
좋아하고, 많이 듣고자 하면서도 만족할 줄 모르고, 법을 들은 대로 바르게
살핀다. 남에게 의존함이 없고, 이익이나 명예나 존경받기를 탐착하지 않고,
일상에 소용되는 물건을 구하지 않고, 보배 같은 마음을 내도 만족할 줄 모르기
때문이다.
또 온갖 지혜의 자리를 구하고, 여래의 힘과 두려움 없음과 함께 하지 않는 법
[不共法]을 구하고, 모든 바라밀과 도를 돕는 법[助道法]을 구하고,
온갖 아첨과 속임을 떠나고, 말한 대로 행하고, 항상 진실한 말을 지키고,
여래의 가문을 더럽히지 않고, 보살의 계행을 버리지 않는다.
온갖 지혜의 마음을 내어 태산과 같이 움직이지 않고, 세상의 일을 버리지 않으면서
출세간의 도를 이루고, 보리를 돕는 부분법[助菩提分法]을 모으되 만족할 줄 모르고,
항상 가장 으뜸가는 뛰어난 도를 구하기 때문이다.
보살이 이와 같은 맑게 다스리는 자리의 법[淨治地法]을 성취하는 것을 가리켜
환희지에 안주한다고 말한다.
불자여, 보살은 환희지에 머물러 이러한 큰 서원과 큰 용맹과 큰 작용을 성취한다.
그것은 광대하고 청정한 決定解를 내어 온갖 공양거리로 모든 부처님께 공경 공양하여
남음이 없게 하는 것이니, 광대하기 법계와 같고 끝없기 허공과 같아서,
미래세가 다하도록 쉬지 않는다.
또 큰 원을 세우기를, "모든 보살과 함께 생각과 행동이 같으며,
원수와 미운 사람이 따로 없이 착한 일을 쌓으며, 모든 보살이 평등하게 한 가지
일에 관계하고 항상 함께 모여 서로 헤어지지 않으며, 자기 마음대로 모든 여래
의 세계와 위력과 지혜를 알며, 뜻대로 되는 신통을 얻어 모든 세계를 두루 다니며,
온갖 모임에 몸을 나타내며, 무든 중생의 나는 곳에 들어가며, 불가사의한 大乘을
성취하여 보살행을 닦게 하여지이다."하고 원하니, 광대하기 법계와 같고 끝없기
허공과 같아 미래세가 다하도록 쉬지 않는다.
불자여, 보살이 환희지에 머물러 이와 같은 큰 서원과 큰 용맹과 큰 작용을
내나니, 이런 원이 바탕이 되어 백만 한량없는 큰 원을 가득 채우게 된다.
이 큰 원은 열 가지 끝나는 구절로 성취된다. 즉, 중생계가 끝나고, 세계가
끝나고, 허공계가 끝나고, 열반계가 끝나고, 부처님의 출현하는 界가 끝나고,
여래의 지혜계가 끝나고, 마음으로 관계되는 계가 끝나고, 부처님 지혜로 들어갈
경계의 계가 끝나고, 세간의 존속과 법의 존속과 지혜의 존속하는 계가 끝나는
것이다.
"만일 중생계가 끝나면 내 원도 끝날 것이며, 세계와 세간의 존속, 법의 존속,
지혜의 존속하는 계가 끝나면 내 원도 끝날 것이지만, 중생계가 끝날 수 없고
세간의 존속, 법의 존속, 지혜의 존속하는 계가 끝날 수 없으므로 내 큰 원의
善根도 끝날 수 없다."
보살이 이와 같이 큰 원을 발할 때 이롭게 하는 마음, 부드러운 마음,
순종하는 마음, 고요한 마음, 조복하는 마음, 적멸한 마음, 윤택한 마음,
흔들리지 않는 마음, 흐리지 않는 마음을 얻는다.
보살은 또 이와 같은 생각을 한다. 부처님의 바른 법이 이와 같이 깊고 고요하고,
이와 같이 적멸하고 공하고 자취[相]가 없고 원이 없고 물들지 않고,
이와 같이 한량이 없고 광대하다. 그런데 범부들은 그릇된 소견에 빠져 無明에
가렸으며, 교만한 깃대를 세우고 애착의 그물에 얽혀 아첨의 숲 속을 헤매면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 몹시 탐하고 인색한 마음과 질투가 서로 어울려 버리지
못하고, 항상 악도에 떨어질 인연을 짓는다. 탐욕과 증오와 어리석음으로
온갖 업을 쌓아 밤낫으로 늘게 하고, 마음에 분노의 바람을 불어 타오르는
불꽃이 멎지 않는다. 짓는 업마다 뒤바뀌며, 욕망과 迷妄과 무명이 서로 잇따라
心.意.識의 씨앗을 싹트게 한다.
보살은 중생들이 이와 같은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보고
큰 자비와 지혜를 내어, "이 중생들을 내가 건져내어 끝까지 안락한 곳에
두어야겠다." 하고 생각한다. 그래서 큰 자비의 光明智를 내게 된다.
보살 마하살이 이와 같은 대자대비를 따라 깊고 소중한 마음으로 初地에 있을 때
모든 물건을 아끼지 않고 부처님의 큰 지혜를 구하며, 크게 버리는 일을 수행하여
가진 것을 모두 보시한다. 이른바 재물과 곡식이 가득 찬 창고와 금.은.진주.보석.
산호와 보물과 영락 등 몸을 치장하는 장신구와 코끼리.말.수레.노비.사환과 도시
와 촌락과 동산과 누각과 처자 권속이며, 그 밖의 귀한 물건과 머리.눈.손.발.피.
살.뼈 등의 온갖 몸붙이를 조금도 아끼지 않고 보시하며,
부처님의 광대한 지혜를 구한다.
이것을 가리켜 보살이 초지에서 크게 버리는 일을 성취함이라고 한다.
불자여, 보살이 이 자비로 크게 보시하는 마음으로써 모든 중생을 구호하기 위해
다시 세간과 출세간의 여러 가지 이로운 일을 구하면서도 조금도 고달파하지 않으
므로 고달픔이 없는 마음을 성취한다. 고달픔이 없는 마음은 모든 經과 論에 겁내
거나 나약하지 않기 때문에 모든 경과 논의 지혜를 성취한다.
이 지혜를 얻으면 지을 일과 짓지 않을 일을 잘 분별하며, 상.중.하의 중생에
대해 마땅함을 따르고 힘을 따르고 그 익힌 바를 따라서 그와 같이 행한다.
그러므로 세간의 지혜를 이루게 되고, 아울러 부끄러움을 알고 시기를 알고
기량을 알아 자신도 이롭고 남도 이롭게 하는 행을 부지런히 닦는다.
이런 행을 부지런히 닦아 물러나지 않으면 견고한 힘을 얻으며,
견고한 힘을 얻으면 부처님께 부지런히 공양하고, 부처님의 가르침 대로 행한다.
불자여, 보살은 이와 같이 열 가지 자리[地]를 깨끗이 하는 법을 성취한다.
이른바 신심, 인자함, 가엾이 여김, 기뻐함, 버림, 고달픔이 없음,
경론에 대한 이해, 세간법에 대한 인식, 부끄러운 줄 아는 겸손, 견고한 힘,
부처님께 공양하고 가르친 대로 수행하는 일 들이다.
보살이 환희지에 머물면 큰 원력으로 수많은 부처님을 뵙게 되는데,
모두 큰 마음과 깊은 마음으로 공경하고 존중하고 받들어 섬기고 공양한다.
의복과 음식과 침구와 의약과 온갖 생활 필수품으로 보시하며,
또한 스님들에게도 공양한다.
이런 착한 일로 더 없는 보리[無上菩提]에 회향한다.
이 보살은 이렇듯 여러 부처님께 공양한 인연으로 중생을 성취케 하는 법을 얻는다.
이 보살은 두 가지 거두어 주는 법으로 중생을 포용하는데,
그것은 보시와 愛語이고, 믿고 아는 힘으로 행하지만 아직 잘 통달하지는 못한다.
이것이 보살의 10바라밀 중 보시 바라밀이 더 위이고,
다른 바라밀을 닦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힘과 분수를 알고 따를 뿐임을 말함이다.
이 보살이 가는 데마다 부처님께 공양하고 중생을 교화하는 일을 부지런히 하여
청정한 자리의 법을 수행하고, 그와 같은 착한 일로 온갖 지혜의 자리에 회향하여,
더욱 밝고 깨끗해지고 조화와 부드러움이 성취되어 마음대로 쓴다.
마치 금세공인이 금을 단련할 때 불 속에 넣으면 넣을수록 점점 더 빛나고
맑아져서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것과 같다.
보살 마하살이 초지에 머물 때 부처님과 보살과 선지식에게 이 자리의 모양과
얻는 결과를 찾고 물어서 만족함이 없어야 한다. 그것은 이 자리의 법을 성취하기
위해서이다. 또 부처님과 보살과 선지식에게 제2지의 모양과 얻는 결과를 찾고
물어서 만족함이 없어야 하리니, 그것은 그 자리의 법을 성취하기 위해서이다.
이와 같이 제3, 제4, 제5, 제6, 제7, 제8, 제9, 제10지의 모양과 얻는 결과를 찾고
물어서 만족함이 없어야 하리니, 이 또한 각 자리의 법을 성취하기 위해서이다.
불자여, 보살이 이와 같이 자리[地]의 모양을 잘 알고, 처음 초지에서 행을
일으켜 제10지에 이르기까지 조금도 끊이지 않으므로 여러 자리의 지혜 광명으로
말미암아 여래의 지혜 광명을 이룬다.
이것은 마치 방편을 잘 아는 사람이 隊商을 이끄는 것과도 같으나,
그가 여러 상인들을 데리고 큰 성으로 가려면, 떠나기 전에 미리 길 가는 도중의
공덕과 허물, 머물 곳과 안전하고 위험한 곳을 자세히 알아둔 다음, 필요한 식량과
소용되는 물건들을 준비해야 함과 같다. 길을 떠나기 전에 도중에 있을 어려움과
위험을 잘 알고, 지혜로 생각하고 살펴 필요한 것을 미리 마련하여 부족함이
없어야 상인들을 데리고 무사히 큰 성에 도착할 수 있다.
그래야 자신과 여러 사람들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을 것이다.
불자여, 보살도 대상을 이끄는 사람과 같아서, 초지에 머물 때 여러 자리의 장애와
대치할 일을 미리 알고, 모든 보살지의 청정함을 자세히 알아서,
여래지에 들어간 뒤 복과 지혜의 양식을 준비한다. 그
런 뒤 모든 중생을 데리고 생사 광야의 험난한 곳을 지나 무사히 一切智의 성에
도달함으로써, 자신과 중생들이 만날 어려움을 면하게 한다.
그러므로 보살은 항상 게으르지 않고 여러 자리의 뛰어나고 깨끗한 업을
부지런히 닦아 여래의 지혜 자리에 나아간다.
이상이 보살 마하살이 보살 초지에 들어가는 문을 간략히 말한 것인데,
모두 말한다면 한량없고 끝없는 백천 아승지의 차별된 일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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