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때를 벗은 보살의 자리(離垢地)1
보살들이 이같이 뛰어난 微妙地 법문 듣고 마음이 아주 맑아져서 모두들 환희에
넘치니라 자리에서 일어나 훌쩍훌쩍 뛰어올라 아름다운 꽃 널리 흩고 동시에 함께
칭찬하기를 장하도다 금강장보살 큰 지혜로 두려움 없는 이여 초지에서 보살의 행
할 바를 잘도 말씀하셨네
이때 해탈월보살이 대중들 마음 청정하여 제2지에서 행할 일들 듣고 싶은 마음을
알아차리고 금강장보살에게 청하기를 불자들이 제2지 법문 다 같이 듣고자 원하오니
큰 지혜로 말씀해 주소서.
금강장보살이 해탈월보살에게 말했다.
"불자여, 보살 마하살이 初地를 닦고 제2지에 들어가려면, 다음 열 가지 깊은 마음을
내야 한다. 이른바 정직한 마음, 부드러운 마음, 참을성 있는 마음, 조복하는 마음,
고요한 마음, 순일하게 선한 마음, 잡스럽지 않은 마음, 그리움이 없는 마음,
넓은 마음, 큰 마음이다. 보살은 이 열 가지 마음으로 제2 離垢地에 들어간다.
보살이 이구지에 머물면 성품이 저절로 모든 살행을 멀리 여의게 되어 칼이나
몽둥이를 마련해 두지 않는다. 원한을 품지 않고 부끄러움을 알고, 인자하고
용서할 줄 알아, 생명이 있는 모든 중생에게 항상 이롭고 사랑하는 마음을 낸다.
보살이 나쁜 마음으로 중생들을 괴롭히는 일이 없는데, 하물며 그들에게
중생이라는 생각을 내어 거친 마음으로 살해하겠는가.
성품이 훔치지 않으므로, 보살은 자기 재산으로 자족하고 남에게 인자하고
사랑하여 남의 것을 탐내지 않는다. 타인에게 소속된 물건은 남의 것인 줄 알고
가로채려는 마음이 없다. 풀잎 하나라도 주지 않는 것은 갖지 않는데,
하물며 그 밖의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가지려 하겠는가.
성품이 음란하지 않으므로, 보살은 자기의 아내로 자족하고 남의 아내를
탐내지 않는다. 남의 아내나 첩이나 타인이 보호하는 여자나 친족이 보호하거나
약혼했거나 법으로 보호하는 여인에게 탐내는 마음이 없는데,
하물며 從事하며 도리에 어긋남을 탐내겠는가.
성품이 거짓말을 하지 않으므로, 보살은 항상 진실한 말과 참된 말과
때에 알맞은 말을 한다. 꿈에라도 덮어두는 말은 하지 않으며 하려는
마음도 없는데, 하물며 일부러 범하겠는가.
성품이 이간하는 말을 하지 않으므로, 보살은 이간하는 마음도 없고
해치려는 마음도 없다. 이쪽 말로 저쪽을 해치기 위해 저쪽에 말하지 않고,
저쪽 말로 이쪽을 해치기 위해 이쪽에 말하지 않는다. 이간질을 기뻐하지도 않고
이간질을 좋아하지도 않으며, 이간할 말을 입 밖에 내지도 않는다.
이간질은 사실이거나 사실이 아니거나 간에 아예 하지 않는다.
성품이 악한 말을 하지 않으므로, 해롭게 하는 말, 거친 말, 남을 괴롭히는 말,
남을 화나게 하는 말, 불손한 말, 버릇없는 말, 듣기 싫은 말, 듣는 이에게
기쁘지 않은 말, 분노에 찬 말, 속을 태우는 말, 원한을 맺는 말, 시끄러운 말,
좋지 않은 말, 듣는 이가 기뻐하는 말, 운치 있고 품위 있는 말, 여러 사람이
좋아하는 말, 여러 사람이 기뻐하는 말, 몸과 마음에 기쁜 말을 한다.
성품이 번드르르한 말[綺語]을 하지 않으므로, 보살은 항상 잘 생각하고
하는 말, 때에 알맞은 말, 진실한 말, 이치에 맞는 말, 법다운 말, 도리에 합당한
말, 잘 조복하는 말, 때에 맞추어 결정한 말을 좋아한다.
이 보살은 한낱 웃음거리에도 진지하게 생각하고 말하거늘, 하물며 일부러 어지
러운 말을 하겠는가.
성품이 탐내지 않으므로, 보살은 남의 재물이나 물건을 욕심 내지 않고 원하거나
구하지도 않는다. 성품이 성내지 않으므로, 보살은 모든 중생에게 항상 자비로운
마음, 이익 되는 마음, 가엾이 여기는 마음, 기쁜 마음, 화평한 마음, 포용하는
마음을 낸다. 미워하고 원망하고 해치고 시끄럽게 하는 마음을 아주 버리고,
항상 인자하고 도와주고 득이 되는 일을 생각하여 행한다.
또 삿된 소견이 없으므로, 보살은 바른 도리에 머물러 점치지 않고,
못된 계율을 지니지 않고, 마음과 소견이 정직하여 속이거나 아첨하지 않고,
불.법.승 삼보에 굳은 신심을 낸다.
보살은 이와 같이 열 가지 선한 업[十善業道]을 행하되 항상 끊임이 없다.
또 이와 같이 생각한다.
"모든 중생이 악도에 떨어지는 것은 모두 열 가지 나쁜 업[十不善業道]을
행하기 때문이다. 나는 마땅히 몸소 바른 행을 닦고 남에게도 바른 행을 닦도록
권유할 것이다. 자신은 몸소 바른 행을 닦지 않으면서 남들에게 바른 행을
닦으라는 것은 옳지 않기 때문이다."
이 보살 마하살은 또 이와 같이 생각한다.
"열 가지 악업음 지옥.축생.아귀에 태어나는 원인이고,
열 가지 선업은 인간이나 천상 내지 有頂天에 태어나는 원인이다.
다시 나아가 십선업을 지혜로써 닦지만, 마음이 아직 용렬하고 三界를
두려워하고 대비심이 없고 남의 말을 듣고 이해하기 때문에 聲聞乘이 될 것이다.
다시 나아가 십선업을 청정하게 닦지만, 남의 가르침에 따르지 않고
스스로 깨닫고, 대비 방편을 갖추지 못한 채 깊은 인연법을 깨닫기 때문에
獨覺乘이 될 것이다.
다시 나아가 십선업을 청정하게 닦으면서 마음이 한없이 광대하고,
자비를 갖추고, 방편으로 거두고, 큰 서원을 발하고, 중생을 버리지 않고,
부처님의 큰 지혜를 구하고, 보살의 여러 자리를 깨끗이 다스리고,
모든 바라밀을 닦기 때문에 보살의 광대한 행을 이룰 것이다.
다시 나아가 십선업으로 온갖 것이 청정하고 열 가지 힘[十力]과
네 가지 두려움 없음[四無所畏]을 증득하기 때문에 모든 佛法을 다 성취하리라."
그러므로 내가 이제 십선을 평등하게 행하여 모든 것을 두루 청정하게
할 것이니, 이런 방편을 마땅히 배워야 할 것이다."
불자여, 이 보살 마하살은 또 이와 같이 생각한다.
"열 가지 나쁜 업[十不善業道]은 위로는 지옥에 떨어질 원인이 되고, 중간으로는
축생이 태어날 원인이 되며, 아래로는 아귀의 세계에 태어날 원인이 된다.
그 중에서 살생한 죄로는 지옥.축생.아귀에 떨어지고, 다시 인간으로 태어나
더라도 두 가지 과보를 받을 것이니, 하나는 단명하고 둘은 병이 많을 것이다.
훔친 죄로는 삼악도(지옥.축생.아귀)에 떨어지고, 인간으로 태어나더라도 두 가지
과보를 받을 것이니, 하나는 가난하고 둘은 공동 재산뿐이므로 마음대로 쓸 수 없다.
음란한 죄로는 삼악도에 떨어지고, 인간으로 태어나더라도 두 가지 과보를 받을
것이니, 하나는 아내의 행실이 부정하고 둘은 마음에 드는 가족을 얻지 못할 것 이다.
거짓말한 죄로는 삼악도에 떨어지고, 인간으로 태어나더라도 두 가지 과보를
받을 것이니, 하나는 비난을 많이 듣고 둘은 남에게 속게 될 것이다.
이간하는 죄로는 삼악도에 떨어지고, 인간으로 태어나더라도 두 가지 과보를
받을 것이니, 하나는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고 둘은 친척들이 몹시 나쁜 성질을
가진 자들뿐이니라.
나쁜 말을 한 죄로는 삼악도에 떨어지고, 인간으로 태어나더라도 두 가지 과보를
받을 것이니, 하나는 항상 나쁜 소리를 듣고 둘은 다투는 일이 많을 것이다.
불자여, 이 열 가지 나쁜 업은
이와 같이 한량없는 큰 괴로움을 가져오는 것이므로, 보살은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열 가지 나쁜 길을 멀리 버리고 열 가지 선한 길로 법의 동산을 삼아
편안히 있으면서, 나도 그 안에 머물고 남들도 거기 머물도록 권할 것이다."
이 보살 마하살은 다시 중생에 대하여 이롭게 하려는 마음, 안락케 하려는 마음,
인자한 마음, 가엾이 여기는 마음, 딱하게 여기는 마음, 거두어 주려는 마음,
수호하려는 마음, 자기와 같다는 마음, 스승이라는 마음, 큰 스승이라는 마음을 낸다.
또 보살은 이와 같이 생각한다.
"중생이 가련하여 삿된 소견과 나쁜 지혜와 나쁜 욕망과 나쁜 도의 숲에 떨어졌으니,
내가 마땅히 그들이 바른 소견으로 돌아와 진실한 도를 행하게 하리라.
중생들이 나와 남을 분별하여 서로 헐뜯고 다투고 미워하면서 쉴 줄 모르니,
그들이 최상의 인자함에 머물게 하리라.
중생들이 탐욕에 빠져 재물만 구하며 잘못 살아가려고 하니,
그들이 몸과 말과 뜻으로 짓는 일이 청정하여 올바르게 살아가게 하리라.
중생들이 항상 三毒만 따르기 때문에 온갖 번뇌의 불길에 싸여도 벗어날 줄 모른다.
그러니 그들이 모든 번뇌의 불길을 끄고 시원한 열반의 자리에 이르도록 하리라.
중생들이 어리석어 어둡고 허망한 소견에 덮여 있으므로 막힌 숲 속에 들어가
지혜의 광명을 잃고 광야의 험한 길에서 나쁜 소견을 일으킨다.
그러니 그들이 장애가 없는 청정한 지혜의 눈을 얻어 모든 법의 실상을 알고
남의 가르침을 추종치 않게 하리라.
중생들이 생사 윤회의 험한 길에 있으면서 앞으로 지옥.축생.아귀에 떨어지거나
나쁜 소견에 빠져 어리석은 숲 숙에서 길을 잃고 헤맬 것이다.
마치 눈먼 사람이 인도하는 사람도 없어 빠져나갈 길이 아닌데도 나갈 수 있는
길인 줄 알고 악마의 경계에 들어가 도둑에게 붙들리고 악마의 마음을 따라
부처님의 뜻을 등진다.
그러니 그들을 험난한 곳에서 건져 두려움이 없는 지혜의 성에 머물게 하리라.
중생들이 감옥에 갇혀 고통이 많고 항상 사랑하고 미워하는 생각 때문에
스스로 걱정하고 두려워하며, 탐욕의 쇠고랑에 묶이고 무명의 숲에 가려
三界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니 그들이 三有를 영원히 떠나 장애가 없는
큰 열반에 머물게 하리라.
중생들이 "나"에 집착하여 五蘊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육처의 마을에
의지하여 네 가지 뒤바뀐 짓을 한다. 네 마리 독사한테 시달리고
오온의 원수에게 살해당하면서 끝없는 고통을 받고 있으니,
그들을 가장 뛰어난 무집착의 자리에 머물게 하리라.
그곳은 곧 온갖 장애가 사라진 위없는 열반의 경지다.
중생들의 마음이 옹졸하여 최상의 지혜의 길을 두고도 가지 않는다.
벗어나고자 하면서도 성문과 벽지불승만 좋아하니,
내가 마땅히 그들을 광대한 부처님 법과 지혜에 머물게 하리라."
불자여,
보살은 이와 같이 계율을 보호하여 지니며 자비로운 마음을 더욱 불어나게 한다.
보살이 이 이구지에 머물 때 이와 같은 원력으로 수많은 부처님을 친견하게 된다.
여러 부처님이 계신 곳에서 광대한 마음과 깊은 마음으로 공경하고 존중하고
받들어 섬기고 공양한다. 의복과 음식과 침구와 의약과 온갖 필수품으로 보시하며,
또 스님들에게도 공양하니, 이 선근으로 최상의 깨달음에 회향한다.
그리고 여러 부처님 처소에서 공경하는 마음으로 다시 十善道法을 받아 행하며,
그것을 따르고 菩提를 끝내 잊지 않는다.
불자여, 이 보살이 네 가지로 거두어 주는 법[四攝法]중에서도
사랑스런 말[愛語]이 가장 많고, 十波羅蜜중에서도 持戒가 가장 많다.
다른 것을 행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힘을 따르고 분수를 따를 뿐이다.
이상이 보살 마하살의 제2 이구지를 간략히 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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