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물결

靑波 作品/靑波 生覺

삼십 년만의 만남

靑 波 2003. 10. 18. 11:04

 

 
    삼십 년만의 만남 들국화 향기가 한창인 시월 중순 가을 날씨치고는 유난히 사늘한 초겨울 같은 날이 계속되든 어느 날. 무심코 받은 전화는 삼십 년 전의 옛 생각을 하게 한 계기가 되었다. 가느다란 전화선을 타고 온 굵직한 목소리는 낯 슬지 않고, 어디선가 많이 귀에 익은 목소리 였다. 『○ ○ ○ 씹니까 ?』 『녜 그런데요...』 『저 ○ ○ 인 데요, 알아보시겠어요?』 순간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전혀 생각지도 않았든 사람에게서의 갑작스런 전화를 받았으니까. 『알다 마다 어쩐지 귀에 익은 목소리 같다 했지...정말 오랜만입니다.』 『삼십 년이 되었는데...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군요... 그 동안 잘 지냈습니까?』 너무나 뜻밖의 일이라 반갑기도 하고 당황 서러웠다. 『어떻게 나 있는 곳을 알았을까.....?』 『오래 전부터 한번은 꼭 만나야겠다고 생각하고 무척 찾았는데....., 어쩌다 알게 됐어요.』 약간은 통통한 얼굴에 검은 바지를 즐겨 입던 소박하고 철 부지였던 열여덟 소녀가 삼십 여년 만에 중년 부인이 되어 나를 찾는 소설 같은 일이 내 앞에 일어난 것이다. 들국화 향기가 은은하게 피어나는 산기슭을 정답게 손을 잡고 오손 도손 정담을 나누며 거닐든 산성의 산자락에 심어 두었든 수많은 추억들이, 어느 학교 돌담아래 숨겨둔 옛이야기들이 하나 둘 새록새록 피어나 머릿속을 채워 갈 때 기나긴 삼십여 년의 세월이 엊그제 일들처럼 선명하게 떠올라 어느새 이십대 젊고 꿈 많은 그 시절로 되돌아 간 듯 감회가 새로워졌다. 다정한 친구와 나누든 막걸리 대폿잔 속에 숱한 인정이 담겨 있었고, 쓰디쓴 소주잔 속에 세상 온갖 고통과 서러움을 담아 마셔 대든 분노의 술잔에도 참된 인생과 정겨움이 서려 있었다. 구석 자리에 앉아 말없이 묵묵히 넋두리를 듣기만 하다 『이제 그만하고 가야지요.....』 하며 팔을 끌든, 순박한 소녀처럼 따러든 그녀가 지금쯤은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까.....? 너무도 오랜만의 만남인데, 무슨 말부터 해야 할까.? 어느 따스한 가을날 오후 들국화 한 다발을 꺾어 와서 말없이 건 내주든 그녀의 모습이, 나의 오랜 기억 속에 남아, 아직도 연보라색 들국화의 은은한 향기가 어디선가 풍기는 것만 같다. 자리에 앉으면서 시계를 보니 약속한 두 시 2 분 전이였다. 초조한 마음에 담배를 피어 물고 한 모금 길게 내 품고 있는데, 통통한 얼굴에 엷은 미소를 띄우며 예전같이 바지 차림의 그녀는 특유의 부동자세로 다가왔다. 『반갑다!.....정말 반갑다.....!!』 상체를 조금 일어 키며 반가운 마음에 그의 손을 잡았다. 『오랜만입니다......별로 안 변했네요...』 『많이 늙었지.....?』 『아니오, 생각보다 안 늙었어요.....』 인사를 하고 나서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서로 바라보며 멋쩍게 씨-익 웃었다. 그것도 잠시뿐, 그 동안 자주 만났든 사람들같이 이런저런 지나간 이야기들을 나누다 보니 두어 시간이 금새 지나갔다. 『오빠는 얘기하시는 게, 예전과 똑 같애, 조금도 변하지 않았어요.』 바쁜 중에도 시간을 내어 함께 식사도 하고 찻잔을 앞에 두고 허심탄회 서로의 살아가는 얘기며, 예전의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너무나 마음이 편안하고 즐거움을 느끼게 했다. 『오빠를 꼭 한번만 만나보고 싶었는데, 만나고 보니 예전이나 조금도 안 변한 게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줘서 .좋아요!』 사람의 情이란 정말 묘 한 것이, 많은 세월이 지난 뒤에도 예전의 마음 그 느낌으로 서로를 대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하게 여겨졌다. 달콤한 음악이 조용히 흐르는 그리 어둡지도 않은 후론트, 나의 어깨에 가볍게 얼굴을 기대어 가만히 음악에 취한 듯 춤을 추던 그 가 혼잣말처럼 작은 목소리로 『언젠가는 좋아하는 사람과 이렇게 춤 한번 추고 싶었는데.....』 수없이 많은 기나긴 이야기 보다 몇 배나 많은 대화를 마음과 마음으로 나누는 듯, 음악이 끝날 때까지 음악에 취한 듯 조용히 흐르고 있었다. 정다웠던 사람, 사랑하고 싶었든 사람의 못 다한 사랑의 아쉬움과 미련이 지금과 같은 생각을 하게 한 것일까 ? 두어 달 동안은 거의 매일같이 만나거나 그렇지 못하면 전화 통화를 반드시 하는 情多운 사이로 지나게 되어 한없이 즐거운 나날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낮잠을 자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오빠! 내 하는 일로 머리가 너무 복잡하니 설 지내고 연락 할 께 요...』 머리가 너무 복잡해 이런 상태로는 만날 기분이 아니라는 말을 되풀이하면서, 『오빠! 마음 너무 쓰지 마이소!...다 잘될 겁니다. 나중에 전화할게요.』 잠결에 그녀의 얘기만을 듣고 전화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IMF사태로 해서 하는일이 잘 안 된다는 말은 들었지만, 약간은 당혹스러웠다. 그녀를 다시 보게 된 것은 세월이 얼마나 지난 후 우연히 어느 드라마에서 그녀를 꼭 닮은 탤런트 kyj 를 보았다. 팔을베고 눈을 감으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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