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물결

靑波 作品/靑波 生覺

내 사랑하는 아들아 !

靑 波 2003. 7. 18. 00:10
    사랑하는 아들아 ! 창밖에 겨울비가 유리창을 두드리는 소리가 뚜두둑 뚝 이어지 다 멎고, 멎었다가 는 다시 이어지는 게 짓궂은 비로구나. 오늘 같은 날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궁금해 하다가도 몸 성하게 잘 지내고 있겠지, 마음속으로 다져 보면서, 창밖에 빗소리를 들으며 상념에 잠겨 본다. 자라면서 있었든 많은 일들이 영화 스크린처럼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 모두가 엊그제 일같이 느껴지는 구나. 아버진 네가 어릴 적에 '이 녀석을 어떻게 키우는 게 좋을까?' 사내는 역시 사내답게 강하게 키우는 게 좋겠다 싶어, 유치원 보 내는 대신 다섯 살 되는 가을에 태권도 체육관에 손 잡고 갔었다. 이튿날 당장 아버지가 태권도 도복을 두벌 맞춰 주었더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체육관에 열심히 잘 다녔다. 흰 띠, 노란, 청, 홍 띠 장난기 많은 너는 남들에게 지지 않고 승급을 계속하여, 일년 만인 이듬해 9월 구덕 실내 체육관에서 국기원 공인 1품(段) 심사를 통과했는데, 객석에서 사진을 찍으려 하니, 심사 받는 아이들 중에 제일 작아서 잘 보이질 않아 찾느라 애를 먹기도 했지만 대견스럽게 보였단다. 초등학교 일 학년 가을 아버지를 따라 울산 큰집에 갔다가 사촌 형들과 뛰어다니며 놀다 넘어져 날카로운 돌에 코를 다진걸 보고 얼마나 가슴이 아팠는지, 蔚山에 있는 병원으로 급히 데려갔으나 때마침 대통령 장례식이라 병원마다 문이 닫혀 있었다. 겨우 한 곳을 찾아 응급치료를 하고 부산으로 오려는데, 울지도 않고 아무렇지도 않는 듯이 "아빠! 이제 큰집으로 가자!" 하든 모습이.... 차안에서 내 팔에 안겨 쌔근쌔근 잠든 너의 모습이 아 버지에게는 어린 게 대견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측은하기도 했다. 코에 붕대를 붙이고도 학교에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잘 다녔지, 좀더 자라서는 당시로는 꽤 빠른 편인 컴퓨터 학원을 보내 기초는 일찌감치 배웠건만 대학 간 뒤 컴퓨터 사주니까 게임만 하였다. 서예를 배웠기에 중 고등학교 때 漢文은 잘했으나 공부는 별로 열 심히 하는 것 같지 않았다. 이른 아침부터 까치가 앞집 전기 줄에 앉아 우리 집을 향해 유난 히도 깍깍 데든 날 대학 합격 발표를 보고 좋아하든 모습이 눈에 선 하구나. 어느 싱거운 녀석들이 추겨 세웠는지? 대학가기가 바쁘게 골빈 놈 들 모아서 음악서클 만들어........ 그 나이쯤이면 누구나 한번쯤은 있는 한때라 하겠지만, 앞으로는 모든 일을 스스로 판단하고 行하며, 많은 부분에서 전 보다는 달 라져야 되지 않을까? 부모들의 말을 무조건 거부하는 것은 옳지가않다. 될 수 있는 데 로 부모의 옳은 뜻은 받아들이는 것이 현명한 일일 것이다. 아버지는 지금껏 막연히 훌륭한 사람이 되라! 고 는 하지 않았다 무슨 일을 하든 誠實하게 최선을 다해 언제 어디서든지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가훈으로 정해놓고 가르쳤고, 참된 인간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단다. 부디 맡은 軍복무에 충실하여, 반드시 필요한 사람으로 인정받으며 남에게 惡하게 하는 일 없이 주위의 모든 사람들로부터 좋은 사람 으로 記憶 되게 노력하며 하루하루를 아무 탈 없이 몸 성히 잘 지 내기를 거듭 당부한다. 199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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