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토방 추억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촉촉히 내리고 있다.
창가에 성가시게 낙엽이 떨어지는 창밖에는 스산한 바람마져 불고있다.
이럴 때는 으례 '북쪽 지방에는 눈이오나 보다!' 말 들을 하기도 한다.
며칠 전 고향에 갔을 때도 날씨가 쌀쌀했는데, 작은집에는 몇 해전에
조그맣게 만든 황토방이 있는데, 건축 폐기 나무로 군불을 지폈더니,
방문을 열어보니 어릴적 항상 맡고 지냈던 약간은 매케한 흙냄새를 당
장 느낄 수 있었다.
군불을 때고 문풍지가 발린 작은 방에는 매케한 흙냄새가 났으나 안
으로 들어가니 그렇게 따뜻할 수가 없을 정도로 포근했는데, 구들목은
뜨거울 정도로 따뜻했다.
어릴적에 그 토록 맡기 싫든 황토 흙 냄새가 언젠가부터 건강에 좋다
하니 다들 좋아라 찾고 들 있는것이 아닌가?
그 날밤은 정말 오랫만에 둘째 형님과 따뜻한 황토방에서 아궁이에서
구운 고구마를 먹기도 하고, 편안한 잠을 잘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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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의 시골 초가집들은 거의가 흙벽으로, 대나무를 엮어 벽에 붙이고
흙과 볏집을 잘게 쓸어 이겨서 발랐던 것이다.
어릴 적 우리 마을에는 황토가 많아 집을 지울 때는 황토를 자연스레
사용했는데, 그 때는 황토가 사람 건강에 좋다는 것 보다는 별 다른
대안이 없으니 그렇게들 한 것으로 여겨진다.
지금은 십 여년 전에 이층 양옥 영업집으로 바꿔버렸지만, 당시에는
어머님께서 아들만 넷을 기르면서 번갈아 놀러오는 아들친구들 때문
에 많이도 속 상해야 했는데, 그 중에도 겨울에는 작은방 안에서 씨름
을 하거나 서로 딩굴며 놀다보면 흙벽이 넘어지는 일도 가끔 있었다.
추운 겨울 형님들은 앞산 의 황토흙을 지게로 옮겨와, 볏짚을 잘게
쓸어 섞고는 물을 따뜻하게 데워 발로 밟으며 반죽을 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게 떠 오른다.
부잣집은 초가가 아닌 기와집에 추녀 안쪽 천장에는 황토위에 흰 횟
가루를 발라서 보기에도 깨끗한 반면에 대부분의 초가집은 마루 위
천장에는 검게 그을린 연목을 제대로 닦지를 않아 시커멓고, 연목과
연목 사이 역시 그을린 황토흙이 거므스레한 광경이 당시의 대부분
시골집 모습들이였다.
당시에는 머슴들이 사용하던 초당방은 장작을 많이 피어 구들목은 방
바닥이 뜨거워 앉기 조차 어려울 정도였는데, 매주를 띄우느라 방에
두어 지독한 냄새가 났으나, 긴긴 겨울밤에 딱히 갈 곳이 없는 시골
인지라, 추운 겨울밤 뜨거운 초당방에는 재미있는 옛날 얘기도 있고,
여럿이 모여앉아 수건돌리기(오나가나)놀이를 하며 즐기는 휴식 공간
이기도 했다.
요사히 황토방이 곳곳에 생겨났는데, 간혹 영업집으로 지은 곳중에는
세멘벽돌로 벽을 쌓고 안 팍으로 황토를 발라 편리하게 만든 집들을
볼 수 있는데, 빗물에 얇게 바른 황토흙들이 씻여 내려, 외벽 곳곳에
세멘벽돌이 노출된 모습은 눈살을 찌프리게 한다.
금년처럼 난방유가 비싸 이 달부터 난방유 유루세를 내린다고 생색을
내던 정부는 아무른 조치를 취하지도 않는 가운데 추운 겨울을 보내
야하는 이 때 황토방 생각이 문득문득 떠 오른다.
2007.12.14 청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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