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물결

靑波 作品/追億의 蔚山

어머니와 산나물

靑 波 2006. 3. 18. 21:46
    어머니와 산나물 앞 뒷산에 참꽃(진달래)이 분홍색으로 물들 때쯤이면, 아침부터 도시락을 싸들고 동내 아낙네들은 산나물을 캐러 산으로 몰려간다. 6.25사변 당시는 미군들이 나물 캐는 여인들을 겁탈하는 사건이 가끔씩 일어나 마을 부인들은 언제나 여럿이 때를 지어 산으로 가야만 했다. 저녁나절이면 커다란 나물 보따리를 머리에 이고도 허리에 돌려 매고 산을 내려오는데, 손에는 참꽃 묶음(참꽃 방망이)이 들리어 있어 아이들은 참꽃을 얼마나 먹었는지 입술이 파랗게 물들기가 일쑤이다. 나물 보따리를 풀어 헤치면 그 속에서 도라지, 칡뿌리(칠기)도 있고, 반드시 송기(소나무 어린가지)가 한 묶음 나오는데, 봄에 생기가 돋은 송기는 칼로 껍질을 벗기고 마치 하모니카를 불듯이 이빨로 훑으면 물오른 소나무의 시원하고 달 작한 맛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동해의 해풍을 맞고 자란 동대산 산나물은 그 맛이 좋기로 울산 에서는 소문이나 있었기에 장날이나 새벽 저자거리에서 큰 산의 나물이라 많이 쓰지도 않아 인기가 있어 잘 팔렸다고 한다. 이 때는 산나물을 캐서 새벽에 저자에 내다팔아서 생선이나 진저리, 모자반 톳나물 등 해초들을 사왔는데, 특히 미역처럼 생기고 곰보 처럼 오돌오돌한 곰피를 사 와서, 잘게 썰어 밥에 섞어서 먹었는데, 아이들 도시락은 곰피 위의 조금 얹어진 밥을 사주어, 물이 들어 흡사 팥밥 색깔 같았다. 이런 사정도 모르는 옆자리 아이들은 "너는 왜 팥밥만 사 오느냐?"고 하기도 했다. 요즈음은 자연 건강식품이니 웰빙 식품이니 하지만, 소위 진저리 밥, 곰피 밥은 먹기가 참으로 거북스럽다. 거기다 '개 밥에 도토리'란 말이 있듯이 개도 안 먹는 도토리, 쑥밥도 마찬가지로 지금까지도 생각조차 하기싫다. 오십여 년 전 춘궁기에 초근목피(草根木皮)로 연명한다는 말은 바로 이런 걸 두고 한 말이다. 그런데 그 때 많이 먹었든 산나물 맛은 지금도 잊지 못할 정도로 좋아서, 산나물을 먹기 위해 해마다 봄이 되면 고향을 찾아간다. 시장에서 사다 먹는 산나물과는 맛이 다른 건 옛 향수 때문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나마 이제는 산에 나물을 뜯는 사람이 없으니 옛 기억 속으로 사라져 갈 뿐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요사이는 산자락에서 여러 종류를 하우스 재배 해, 몇 해 전까지의 취나물(미역취) 한 종류보다는 훨씬 나은 편이다. 산에서 캐는 자연산 산나물보다 한 달 가량 빨리 맛을 볼 수 있으니 또한 좋아서 자주 사다 먹는 편이다. 옛 생각을 떠올리며, 산나물을 안주삼아 소주 한 병을 마셔도 많이 취하지도 않고, 술이 깰 때도 너무 깔끔해서 정말 좋은 걸 보면 봄 산나물의 성분이 좋기도 한 모양이다. 거기다 산나물을 먹을 때면 으레 떠오르는 어머니 옛 모습이 떠올라 어머님을 그리워하게 되니, 逆說적이긴해도 불효한 자식을 산나물이 효자로 만들어주는 역할까지 하는 느낌이다. 십수 년 전부터는 참나물을 산에서 캐다가 정원에 심어두고 맛을 보지만 산에서 자란 산나물 맛이 아니 여서 신통치는 않지만, 야생화를 좋아하는 터라 취나물, 참나물 꽃을 가까이에서 보는 것도 괜찮은 편이다. 집 안에 산도라지, 산나리, 금낭화, 할미꽃 등을 심어놓고, 보는 걸 보면 어렵고 고생스럽기만 했던 고향의 그 때 그 시절이 그리워 지는 마음은 어쩔 수 없는 것 인가 보다. '追' 온 가족이 잠든 시간 恩娥의 쌔그쌔근 자는 모습을 보고는, 조용히 주방으로 가서 쓸쓸히 홀로 앉아 엄마생각에 젖어, 초 고추장에 산나물 안주로 C1 한 잔하는 창밖에는 소리없이 밤비가 내리고있다. 2006년 3월 청 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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