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물결

靑波 作品/追億의 蔚山

고향의 계곡에서

靑 波 2009. 1. 8. 11:31

 
    고향의 계곡에서 삼복더위가 물러갈 무렵이면 돌아가신 어머님 기일이 돌아온다. 제사를 모시고 난 뒷날은 으레 해마다 형제들이 산소를 둘러보고 재 넘어 무룡산 기슭 계곡을 찾아간다. 사람들의 발길이 드문 곳이라 아직도 오염이 되지 않아 물이 맑고 깨끗해 발을 담그면 차가울 정도로 시원해서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물이 맑고 깨끗하니 작은 돌멩이를 들추면 가재가 더러 있는데, 여럿 이 도랑을 오르내리며, 잡은 가재가 작은 한 냄비 정도는 된다. 가재를 잡는 재미도 좋지만 냄비에 볶으면 빨갛게 익은 가재를 소주 안주로 먹으면 그 맛이 정말 일품이다. 정자에서 갓 장만해온 싱싱한 생선회 접시에 보다 가재에 젓가락이 더 많이 간다. 하도 귀한 것이기도 하지만 아마도 어린시절 생각이 나서 인 듯하다. 초가삼간이 즐비하던 때는 산골짜기 계곡마다 가재가 많아 어렵잖게 가재를 잡아 도랑 가에 불을 피우고 가재를 구어 먹기도 하고 많이 잡았을 때는 집에 가져와 볶아서 반찬으로 먹었던 시절이 있었다. 가재는 그리 크지 않으니 내장과 꼬리정도만 버리고 장만해 통째로 씹어 먹는 맛은 그 때도 고소하고 좋았던 것 같다. 등산이란 말을 거의 쓰지 않을 정도로 걷는 게 일상이든 그때는 이산 저산 넘나드는 것은 그리 힘든 일이 아니 었는데, 이제는 산을오르는 게 너무 힘이 들었다. 아랫마을에 살았든 큰형님 친구 분은 내 친구 형님이시기도 하지만 해마다 어머님 기일엔 빠짐없이 축문 등을 준비해 참석하신다. 오래전 형님들은 군대를 같이 가서 함께 군 생활을 한 인연으로 남달 리 형제 같은 사이시다. 몇 해 일찍이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나서인지 어머님 생전에도 유난히 "모친요...!"하면서 친어머니 대하 듯 자주 찾아오시며 섬기시든 인정 많은 분이신데, 그 정을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해마다 이렇게 모여 도랑 가에서 가재잡고 옛날 얘기하면서 지내는 이 하루가 너무 좋다는 형님 이상으로 나에게도 참으로 행복한 시간들인데, 언제까지 이어질지 두려운 생각마저 드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1998.8 팔을베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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