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 초 따스한 봄날 몇 달 만에 고향엘 가기로 갑자기 마음을 정했다. 한 달 전 생일 때 오신 형님께서 막 새싹이 돋아나는 수국을 두어 포기 달라했는데, 제대로 살렸는지, 하는 생각이 들어 커다란 화분에 수국을 심고 아래층 나무 밑에 심을 몇 종류 꽃들을 웬만큼 챙겨, 집을 나섰다.
전 같으면 차를 가져가는데, 작년부터는 버스를 이용해보니, 멀지 않은 고향인데다 종점에서 가까운 거리이니 잠시 걸어가면 되니, 훨씬 편하 고 좋았다. 그런데 이번엔 가져간 짐이 무거운 지라 택시를 타려니 좀체 오지를 않 아 仲兄에게 전화해서 차로 데려오게 하여 큰집엘 가게 되었다. 큰형과 둘째형이 같은 동네 살다보니 여러 가지 편리한 점이 많다.
작년 여름에 꾸며주었던 수련 통엔 수련이 새잎이 잘 자라고 있고, 많은 화분들을 이층 작은 마당에 줄지어 놓여 있는 게 형님께서 화분 가꾸기 를 좋아하시는 것 같아 애선 보람을 느끼게 했다. 큰집에서 바라본 앞산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뒷산마저 거의 없어져 멀리 큰 산만이 예전 그대로이고, 깎이고, 뭉개버려, 옛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게 변해버렸다. 어릴 적 진달래(참꽃)꺾으며 뛰놀던 나지막하던 앞동산 뒷동산은 어디 로 가고 중장비소리만 들려올 뿐이다.
오봉산 산자락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초가집 지붕에 하얀 박들이 주렁 주렁 달리고, 나무울타리 가에는 닭들이 모이를 쪼아대고 강아지 뛰놀 던 정겨운 고향 모습이 70년대 나무울타리는 딱딱한 블록 담으로, 초가 지붕은 산뜻한 기와집으로 변신을 하였던 것이다.
그로부터 이십여 년 지나는 동안에, 기와집마저 하나 둘 이층 양옥으로 바뀌는가했는데, 이제 와서는 높여진 도로 따라 成土한 집터들이 새로 운 모습으로 탈바꿈하려고, 흉물스런 모습을 하고 있어 고향의 정겨운 모습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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