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의 끝을 잡고서
밤 8시가 지나가고 있다.
요 며칠은 너무도 힘들었다. 두 번째 맞는 엄청난 試鍊이 나의
마음을 찢어지도록 아프게 했든 것이다.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衝擊에 어처구니가 없어, 누구를 怨望할
氣力조차 없었다.
몇 년을 말 못하고 속을 태웠을 것을 생각하면 측은하게 여겨
지기도 했지만, 감당하지도 못할 일을 감추어오면서 일을 더욱
크게 만들어놓은 바보 같은 행동이 나를 너무 힘들게 하였다.
習慣的으로 컴퓨터 앞에 앉아 누굴 잡고 속 시원하게 얘기라도
하고 싶은 심정을 抑制하고있는데, 전화벨이 울리더니 "아버지
전화 받으세요!" 둘째가 수화기를 갖다 주었다.
"여보세요?" "포항입니다!" "응 그래!"
동생은 요즘 내 주변에 닥친 어려움에 대해 뭔가 눈치를 챈 모
양이다.
"형님! 차가 오래됐던데 저도 도울 테니 車 바꾸세요?......"
어렵게 얘기를 풀어 가는 동생의 목소리를 듣고 나니, 갑자기
목이 메어 "괜찮다"하고는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얼마를 지난 후에 同生에게 電話를 해서, "나 괜찮으니 너무 걱
정 마라!" "아무 말씀 마시고......제가 하자는 데로 하세요"
"거의 解決했으니 그럴 必要 없다"
동생은 끝내 나의 아픈 마음을 건드리지 않으려는 듯, 車얘기로
일관하면서 통화를 끝냈다.
어떤 힘든 일도 굳건하게 견뎌 나가는 내 모습을 내 아내와 내
아들 딸들이 지켜보고 있다.
주변에서 사업에 失敗해서 빈털터리가 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도,
별다른 對策을 세우지도 못하고 그저 漠然하게 '앞으로 景氣가
좋아지겠지!' 하고 지나는 동안에 負債는 눈 덩이처럼 불어나 감
당을 못해, 이 地境에 이르러서야 얘기를 하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노릇이다.
'일 년 전 그 당시에 왜 모든 걸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는지?'
소행이 너무도 괘심하고 어이가 없어, 그저 기가 막힐 뿐이다.
모든 게 나 자신이 無能하여 생긴 일이라 돌리고 아내의 모든
잘못을 容恕하고 오직 只今의 이 어려운 난간을 해쳐 나가야지!
다짐을 한다.
아이들이 둘 셋 한꺼번에 대학을 다니던 힘겨울 때마다 말하지
않아도 둘째兄과 同生이 한두 번도 아니고 여러 차례나 學費를
보내줘 고맙게 여기는 그 報答도 못했는데 이게 무어라 말인가?
기죽은 表情으로 내 눈치만 살피는 아내를 바라보는 내 마음도
便安할리가 없다.
"여보! 우리 힘냅시다...!" "......."
"앞으로 熱心히 하면 모든 게 잘 될 거요!"
그렇게 우스개 소리를 잘하던 둘째 녀석도 요즘은 말이없이 조
용하기만 하다.
나의 자신있는 모습에 가족 모두가 밝은 모습으로 지낼 수 있을
것이다. 부모 속만 썩이고 철없어 보이던 큰애가 슬프게 흐느껴
우는 모습을 보고 애들 앞에서는 절대로 마음 약하게 보이지
않아야지! 거듭거듭 다짐을 했다.
자식들도 알만한 나이들이니 아버지의 心情을 理解할거라 여기
고 狀況을 설명하고 그 동안 미리 준비해 두었던 세 아이의 결혼
준비금을 모두 털어 부채를 갚는데 우선 쓰기로 했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손대지 않기로 스스로 다짐한 자금 이였기에
마음이 아팠지만 그렇게 힘을 합쳐 문제를 풀어나가기로 했다.
혼자서 가만히 생각해 본다.
아무리 육칠 년 간 누적된 赤字라지만, 우리형편에 너무 무거운
負債를 안고 어째서 나에게 감추어 왔을까?
그것도 한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그럴 수 있는 우매하기 짝이
없고 호미로 막을 수 있는걸 가래로 막게 한 행동이 도저히 이
해 가지 않았지만 더 이상 묻지 않기로 마음을 정했다.
子息들에게 怨望 듣지 않고 父母로써 할 일을 해야겠다 싶어,
그 동안에 얼마나 알뜰살뜰 살아왔는데, 어느 날 갑자기 알거지
가 된 氣分이니, 只今처럼 不景氣 속에서 앞으로도 해야 할 일
이 많은데, 막내 敎育, 두 딸 結婚, 정말 生覺만해도 겁이 나고
앞이 캄캄하게 여겨진다.
어려울 때일수록 다같이 좀 더 믿고 아껴 주며 열심히 살아야지!
너희들에게 물려주는 가장 값비싼 교훈이란 걸 내 자식들은 알아
줬으면 한다.
"아빠! 힘내세요!" 애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우린 다 웃고 있는데 아빠가 자꾸 약해지면 안 되잖아요.
며칠은 유난히도 추운 겨울 날씨였는데, 내일이면 반드시 따뜻해
질 것이다.
더 이상의 試鍊을 나에게 주지 말기를, 시련의 끝을 잡고 안간힘
을 다해 몸부림을 처 본다.
96.2 팔을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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