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나도 밭을 간 다.
그때 붓다는 마가다국 의 시골인 에카사라(一葦)라는 마을에 있었다.
그 마을 이름은 다른 경 에도 나오는데, 붓다가 여러 신자들을 상대하여 법
을 설하고 있을때 악마가 도전해 왔다는 것도그 마을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것은 어쨌든, 붓다와 그 제자들은 어디에 살든지 간에 하루 하루의 생활
을 탁발에 의지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어서, 이런 탁발에서 일어난 일을
기록한 것이 바로 이 경이다.
그 아침에도 붓다는 어느 집 앞에 서서 탁발을 했다. 그것은 바라문 의
집이었는데, 마침 씨 뿌리는 철이었으므로 그 집 주인인 바라문은 마을 사
람들을 시켜서 그 준비를 서둘고 있는 참이었다. 바라문이란 예전부터 내
려오는 사제자(司祭者)여서 제사를 주관하는 것이 그 소임이었으나,붓다
시대에는 아마도 바라문이 너무 많았기 때문인지 농사를 짓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그 바라문은 붓다가 탁발 온 것을 보자 앞으로 다가와 이
렇게 말했다. "사문이여, 나는 밭 갈고 씨를 뿌려서 내가 먹을 양식을 마
련하고 있소. 당신도 또한 스스로 밭 갈고 씨를 뿌려서 당신이 먹을 양식
을 마련하는 것이 좋지 않겠소이까?"
그것은 아마도 날카로운 어조의 도전이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생각건대 그
바라문은 종교인의 생활을 청산하고 농사에 종사하고 있는 것이므로, 그
에게 새로운 인생관이 생겼다고 해도 이상할 것은 없겠다.
일하지 않는 사람은 먹지도 말라, 현대식으로 말한다면 이런 생각이 그 말
속에 포함되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면 이 도전에 대해 붓다는 어떻게 응
수했던가? 그것은 우리에게 매우 기이한 인상을 주는 말씀으로 나타났다.
"바라문이여, 나도 밭을 간다. 나도 밭 갈고 씨 뿌려서 먹을 것을 얻고
있느니라."
그것을 들은 바라문이 자기의 귀를 의심하는 듯 어리둥절해 하는 모습이
눈앞에 선하다. 아마 그는 얼마 동안 붓다의 얼굴만 멍하니 보고 있었으
려니와, 이윽고 다시 물었다.
"사문이여, 우리는 누구 하나 당신이 밭 갈고 씨 뿌리는 모습을 본 적이
없소. 대체 당신의 모습은 어디에 있소? 그리고 당신의 소는 어디에 있소?
당신이 밭을 간다고 한 것은 무슨 뜻인지 나는 묻고 싶소."
붓다는 내가 뿌리는 씨는 믿음(信仰)이요, 내 모습은 지혜가 그것이라고
했다. 또 나날이 악업(惡業)을 제어하는 것은 곧 김매는 작업이며, 내 소
는 무엇이냐 하면 정진(精進)이 그것인바, 이 소는 한 걸음 한 걸음 착실
히 나아가 물러섬이 없고, 또 그 행한 결과에 대해 뉘우쳐야 할 일도 없다
고 했다.그리고 이런 것이 내 농사요, 그 수확은 감로(amrta)의 열매라고
결론을 내렸던 것이다.감로는 '불사(不死)','천주(天酒)'라고도 번역된다.
그것은 꿀같이 달고 향기가 높으며, 한번 먹으면 죽는 일이 없다는 전설이
있다.
고대 인도에서는 신(神)의 음식이라고 생각되었거니와, 불교에서는 이것
으로써 그 궁극의 경지를 나타내는 일이 많다.
그런데 붓다가 "나도 밭을 간다."고 대답한 것은 아마 그 순간에 떠오른
즉흥적인 말씀이었겠지만, 참으로 의미 심장한 바가 있다고 하겠다.
그 뜻을 해명하면 붓다의 가르침의 기본적인 성격도 어느 정도 드러나게 된
다고 여겨지므로, 이제 그것에 대해 얼마간 설명을 해 볼까한다.
대체로 인도 게르만 어족 계통의 언어에서는 대지를 개발하는 것과 인간
의 정신을 계발하는 것이 같은 낱말로 표현되는 경향이 있다. 가령 영어에
서 이것을 말할 때 cultivate가 그것이다.
즉 문화가 cultute인 데 대해, 문화, 또는 인간 정신의 계발이 언어에서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것은 결코 우연만은 아닐 것으로 여겨진다.
왜냐 하면 그 양자는 기본 구조를 같이하고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최근에 와서 문화를 논하는 학자 중에는 문화의 근본 원리가 경작에 있다
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지만, 그것은 결코 근거 없는 일이라고 할
수 없다.
대지를 갈아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어떻게 경작하고, 어떻게 수확을 올리
고 있는 것일까? 또 물에서 떨어져 있을 때는 관개 시설도 서둘러야 하리
라. 이렇게 해서 처음으로 논밭이 이루어지고, 거기에 씨가 뿌려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적당한 비와 햇볕과 김매기, 거름주기 같은 것이 있음으
로써 겨우 수확까지 이끌어 갈 수 있는 것이겠다.
그런데 문화니 교양이니 인간 정신의 계발이니 하는 것을 생각해 보면,
그것 또한 농사짓는 것과 비슷한 점이 있다. 생긴 대로의 인간이란 자연의
대지와 비슷한 것이라고 하여도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정신과 육체는 마치
잡초와 잡목에 뒤덮인 황무지가 아니고 무엇이랴. 그 잡초와 잡목을 뽑고,
크고 작은 돌멩이를 치우며, 토양도 개량해야 한다.
그 때 거칠던 인간은 비로소 아름다운 논밭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거기에
씨가 뿌려지고 적절한 손질이 베풀어질 때, 인간은 아름다운 땅으로서 훌륭
한 수확을 올릴 수가 있는 것이다. 붓다도 기실 이런 일을 하고있기에
"나도 밭을 간다."고 대답한 것이라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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