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물결

나눔의 쉼터/中要 6 經典集

임제록 10.마음에 통달하라

靑 波 2003. 3. 3. 08:00

    10.마음에 통달하라 흙·물·불·바람의 사대(四大)로 이루어진 그대들의 육신(肉身)은 법(法)을 말하거나 들을 줄 모르며, 지라·위·간·쓸개도 법을 말하거나 들을 줄 모르며, 허공(虛空)도 법을 말하거나 들을 줄 모른다. 그러면 무엇이 법을 말하고 들을 줄 아는가? 바로 그대들의 눈 앞에 분명한 것, 어떠한 모양도 없으면서 홀로 밝은 이것이, 바로 법을 말하고 들을 줄 아는 것이다. 만약 이와 같이 볼 수 있다면 곧 조사나 부처와 다르지 않으며, 단지 언제나 끊어짐이 없게만 하면 눈에 보이는 것이 모두 이것이다. 다만 정식(情識)이 생겨서 지혜가 막히기 때문에, 생각이 변하고 바탕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 때문에 삼계(三界)를 윤회하며 여러 가지 괴로움을 받는다. 나의 견처(見處)에서는 깊지 않은 것도 없고 해탈치 않은 것도 없다.]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러므로 만들어져 나오는 것은 모두 마음이다. 눈 앞에 펼쳐지는 색깔과 모양이 모두 마음이고, 귀 앞에 나타나는 소리가 모든 마음이고, 코 앞에 출현하는 냄새가 모두 마음이고, 혀 위에 느껴지는 맛이 모두 마음이고, 손에 잡혀지는 촉감이 모두 마음이고, 의식에 나타나고 사라지는 온갖 경계가 모두 마음이고, 아는 것도 마음이고, 모르는 것도 마음이고, 알려지는 것도 마음이고, 알려지지 않는 것도 마음이다. 그러므로 마음에 통하면 모든 경계에 다 통달하게 되어 막힘이 없지만, 마음에 통하지 못하면 모든 경계에서 어둡고 가로막히게 된다. 마음에는 어떻게 통하는가? 마음은 어떠한 모양도 갖추고 있지 않다. 그러므로 모양에 의지하거나 모양을 통해서는 마음에 통할 수가 없다. 오직 마음 홀로 밝다고 말하지만, 홀로 밝은 것이 어떤 모양은 아니다. 오히려 정해진 모양이 아니기 때문에 홀로 밝을 수가 있어서, 어떤 경계가 다가와도 모조리 밝혀서 조금의 의심도 없다. 홀로 밝은 마음의 빛이 밝혀주지 않으면 어떤 경계도 드러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모든 경계는 마음의 힘에 의하여 나타난다. 즉 볼 줄 아는 것이 마음이요, 들을 줄 아는 것이 마음이요, 냄새 맡을 줄 아는 것이 마음이요, 맛볼 줄 아는 것이 마음이요, 감촉을 느낄 줄 아는 것이 마음이요, 의식할 줄 아는 것이 마음이다. 그러나 마음이라는 이름에 해당하는 정해진 그 무엇은 없다. 정해진 그 무엇을 두고 마음이라고 일컫지 않기 때문에, 마음을 의식적으로 헤아려 판단하거나 알 수는 없다. 그러므로 마음을 안다기 보다는 마음에 통한다는 말이 보다 적절하다. 통하기 위해서는 막힘 없이 트여 있어야 한다. 따라서 마음을 허공과 같다고도 한다. 마음은 허공처럼 크기와 방향이 없어서 막힘 없이 통하는 것이다. 모든 경계에 막힘 없이 통하여 그 경계와 더불어 일어나고 사라지는 것이 바로 마음이다. 그러므로 마음과 경계는 서로 둘이 아닌 하나이며, 한 순간 하나의 경계에서도 마음은 끊어질 수가 없다. 마음은 일어나고 사라지는 경계와 함께 일어나고 사라지지만, 경계라는 모양이 곧 마음은 아니다. 그러므로 마음과 통하는 일은 경계 위에서 발생하지만, 마음이 경계의 형태로 파악되는 것은 아니다. 경계를 모양으로 파악하는 정식(情識)에 구속되지만 않는다면, 마음은 바로 지금 이렇게 드러나 막힘 없이 통하고 있다. 지금 이렇게 조용히 글을 읽거나, 소리내어 말을 하거나, 고요히 생각하거나, 아무 일이나 생각도 하지 않고 있거나, 어떤 종류의 다양한 경계 속에서도 마음은 조금의 차이도 없이 동일하게 통하고 있다. 이렇게 막힘 없이 통하는 마음이 아니라면 이런 경계는 나타나지 못한다. 바로 지금 이렇게 숨쉬고 맥박이 뛰면서 글을 읽는 여기에서 마음에 통하면 경계에서 자유롭게 풀려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