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물결

나눔의 쉼터/中要 6 經典集

임제록 13. 조작하지 말라

靑 波 2003. 3. 7. 08:03

    13. 조작하지 말라 여러분! 평상(平常)하기를 바란다면 모양을 짓지 말라. 어떤 종류의 좋고 나쁨도 구별 못하는 머리 깍은 자는, 신령을 보고 귀신을 보며, 동쪽을 가리키고 서쪽을 구분하며, 맑은 날을 좋아하고 비오는 날을 좋아한다. 이러한 무리들은 모두 빚을 갚아야 하니, 염라대왕 앞에서 뜨거운 쇠구슬을 삼킬 날이 있을 것이다. 좋은 집안의 남녀들도 이런 종류의 들여우 도깨비 같은 자 들에게 홀려서 괴상한 짓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어리석은 놈들은 밥값을 치를 날이 있을 것이다. 도 배우는 이들이여! 무엇보다도 참되고 바른 견해를 찾아 얻어야, 천하에 두루 다니더라도 저런 종류의 도깨비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는다. 일 없는 것이 사람을 귀하게 하는 것이니, 단지 조작(造作) 하지만 않으면 바로 평상(平常)이다. 그대가 바깥의 남에게서 구하려 하고 발판을 찾아서 다닌 다면 잘못된 것이다. 부처를 찾고자 한다면 부처는 이름이요 말일 뿐이다. 그대는 도리어 찾아서 다니고 있는 바로 그것을 아는가? 부처가 어디에 있는가? 바로 지금 눈 앞에서 말하고 듣는 여기에 있다. 바로 여기 에서 불법과 세간법이 모두 나오고, 부처와 중생이 모두 나오며, 망상과 진실이 모두 나온다. 이와 같이 바로 지금 눈 앞에서 온갖 일들이 인연따라 출몰 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일들이 인연따라 출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진실을 말하면 어떤 일도 출몰한 적이 없다. 우리는 모양과 이름을 갖춘 것들을 실재라고 여기고 그 속에서 모든 삶을 살아가며, 모양도 이름도 붙일 수 없는 '그것'에는 관심도 없다. 그러나 진실을 말하면 모양과 이름을 갖춘 것들은 무상(無常) 하게 생멸하는 것으로서 도무지 확고부동한 무엇이 없다. 믿고 의지할 만한 무엇이 없는 것이다. 오히려 모양도 이름도 없는 '그것'이 믿고 의지할 만한 것이다. '그것'은 모양도 이름도 없지만, 오히려 모양과 이름을 모두 만들어내고 거두어들인다. {반야심경}에서는 모양과 이름을 가진 것들을 오온(五蘊)이라 하고 모양도 이름도 없는 '그것'을 공(空)이라고 한다. 그리하여 오온이 바로 공임을 밝힌다. 오온은 생겨나고 없어지는 것이며 많고 적은 것이며 더럽고 깨끗한 것이다. 오온은 차별법으로서 생사법인 것이다. 보통 우리는 이 오온을 실재라고 여기고 오온에 의지한다. 그러나 진실을 알고 보면, 생겨난 적도 없고 없어진 적도 없고 많지도 않고 적지도 않고 깨끗하지도 않고 더럽지도 않은 공(空)이 바로 확고부동한 것으로서 의지할 만한 것이다. 그러므로 오온 보다는 공에 의지하는 것이 좋다. 나아가 오온이 바로 공임을 알아버리면, 오온에 의지하더라 도 더 이상 허망한 망상에 속는 일은 없다. 그러면 공은 어디에 있는가? 바로 지금 이렇게 말하는 여기에 있다. 말로 되어 나오면 오온이고, 지금 이 순간 말하고 있는 것은 공이다. 즉 공은 늘 눈 앞에 있다. 눈 앞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항상 모양이 있는 오온 에만 머물러 있기 때문에 공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공이란 바로 지금 눈 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서 파악하는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물론 말로서 파악하는 것도 아니고 생각으로 상상하는 것도 아니다. 바로 지금 공으로 들어가서 공을 체험해버려야 한다. 성패는 간절한 마음에 있다. 얼마나 간절하냐에 따라 들어가느냐 못가느냐가 결정된다. 다른 어떤 방법도 유효하지가 않다. 방법은 조작이므로 방법을 통하여 얻은 것은 잃어버리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오직 간절한 마음으로 참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