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물결

靑波 作品/追億의 蔚山

활동사진(映畵)과 辯士

靑 波 2003. 12. 31. 23:25
 
    활동사진(映畵)과 辯士 우리 마을의 울산탄광은 6.25 이전 까지만 해도 상당히 활발하게 유연탄인 갈탄을 채광하고 있었는데, 가끔은 여러 가지 행사를 하였다. 내가 영화를 처음 본 것도 어느날 밤에 어른들을 따라서 탄광 광장에서 인데, 당시의 흑백 무성(無聲)영화를 활동사진이라 했다. 광장 앞뜰에 흰 광목 천을 치고 광장 뒤쪽에 영사기를 차려 놓았는데, 이웃 마을 사람들까지 모여 그리 넓지 않는 광장에는 꽤 많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땅바닥에 쪼그리고 앉아서, 잡음이 심한 스피커를 통해 辯士의 멋들어진 대사를 들으며, 쥐 죽은 듯 조용하게 활동사진을 보았다. 너무 어릴 적 일이라 자세히는 기억할 수 없지만, 영화의 대략 줄거리는 어두운 밤에 시녀가 등불을 들고 흰 소복을 입고 머리까지 흰 장삼을 쓴
    여인이 뒤를 따르고.... 어떤 귀공자의 사랑방을 찾아가 얘기를 나누며 놀다, 닭우는소리가 들리면
    여인은 어디론가 어둠속으로 사라지는데, 그러던 어느날 두 사람은 사랑을
    나누게 되고, 귀공자는 아쉬움이 남은 듯 그 여인의 뒤를 몰래 따라가는데
    어느 페가인 큰 집 별채로 들어간다. 문틈으로 여인의 행동을 살피는데, 소복한 여인이 관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기겁을하고 도망가려는데, 뒤에서 옷자락을 잡아 당기니 겁 먹은 도령은 벌벌떨며 발버둥을친다. 실은 문틈에 옷자락이 걸린줄도 모르고 무서워 소릴 지르고.... 화면이 비치는 광목 천이 바람에 흔들리는 통에 화면이 물결치듯 흔들리니 한 층 더 공포분위기를 느끼게 되고, 비가 오듯이 화면이 번쩍 번쩍 거리고, 변사의 목소리는 애절하기 그지없으니, 어린 마음에 몹시 무서웠는데, 구경하든 사람들도 소리를 지르며 무서워 한 기억이난다. 영사기 돌아가는 소리는 자~알 자~알 하고 스피커에서 찌지 직 소리가 들리 는 듯 하더니 난데없이 퍽! 하는 소리와 함께 화면에 필름 타는 모습이 보이 면서 필름이 끊겨 버리면 한 동안 전기 불이 환하게 켜지고, 구경꾼들은 웅성웅성 했던 그 無聲映畵는 그 후 이십 년도 더 지난 뒤, 어느 책을 보니 1920대 후반에 만들어졌다는“ 牧丹○○”라는 우리나라 초창기의 영화라는 걸 알았다. 그 후 6.25 전쟁, 휴전이 되는동안 탄광은 강원도의 무연탄 생산으로 폐쇄
    되었지만, 無聲영화 수 없이 쏟아져나와 학교 운동장이나, 물이 마른 하천에
    천막으로 울타리를 만들고, 얼마의 관람료를 받으며, 가끔 볼 수가 있었다. 보물선 같은 외국영화라 던지 신라의 달밤 등 수 많은 전쟁영화가 나오는가 하면, 여름 밀짚모자에는 영화 필름을 반으로 쪼개 두르고 팔았다. 문화 시설 이라고는 全無한 시골에서는 순회하면서, 야외에서 보여주던
    활동사진과 멋들어진 변사의 대사는 화재꺼리가 되었으며, 아주 인기가
    있였다. 청파의 팔을베고 눈을감으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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