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물결

靑波 作品/追億의 蔚山

황소와 뿔싸움 한 개구쟁이

靑 波 2004. 1. 17. 23:26
    황소와 뿔싸움 한 개구쟁이 집 앞 좁은 길로 해서 큰 길로 나가는데 옆 집의 수래를 끄는 큰 황소가 오고 있었다, 소를 몰고 오는 주인은 뒤에서 고삐를 잡고 왔으나, 조그마한 대여섯 살 된 어린애가 황소 앞에 있는 걸 못 본 모양 이였다. 황소가 가다 어린애가 앞에 서 있으니, 본능적으로 콧김을 식식 내 쉬면서 머 리를 낮추고 뿔로 받을 자세를 취했고, 철없고 겁 없는 아이 역시 물러서지를 않고 버티고 서서 황소와 똑같은 자세를 취하면서 머리를 황소머리 앞에 같다 댔다. 앞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모르는 주인은 소가 가다 말고 멈칫하니"이랴~!" 소 고삐를 탁! 치자 황소는 뿔로 어린아이를 받아 길아래 논바닥으로 날려 버렸다. 어려서 아랫도리도 입지 않았든 아이는 벼가 제법 자란 물 논에 사정 없이 처 박히고 말았다. 그 때서야 깜짝 놀란 황소 주인은 지게를 벗어 던지고, 논바닥에 떨어진 아이 를 들어내면서 "황소하고 뿔싸움해서 어쩌겠다고!.........." 어이가 없는 듯, 겁없는 어린애를 나무라면서, 집에 데려와 오른쪽 머리에서 뻘건 피가 철철 흐 르는 곳에 된장을 사정없이 찍어 바르고, 붕대 대신 누른 광목을 찢어 칭칭 감 고, 온몸이 시커먼 흙 투성인 애를 도랑물에 목욕을 시켰더니, 별로 울지도 않 고 머리에 광목을 두른 채 동리 아이 들이 놀고 있는 곳으로 뛰어 가 버렸다. 독사인줄도 모르고... 감꽃이 떨어지는 따스한 봄, 집 옆 감나무 아래 텃밭에는 봄 상치가 제법 자 랐고, 삼(麻)밭골 도랑 가 버드나무 가지를 땔감으로 쓰려고 가지치기를 하여, 집으로 끌어다 놓고 감나무 아래로 감꽃을 주우러 갔다. 상추밭에 떨어진 감꽃을 주어 먹는데, 상추 잎 사이로 뱀이 허물을 길게 벗어 둔 게 보여 "저걸 가지고 가서 애들 놀라게 해야지" 하는 생각에 한 손으로 는 감꽃을 주어며, 왼손으로 겁도 없이 예사로 뱀 껍데기를 덥석 거머쥐었다. 순간 ! 손이 차갑게 느껴지면서, 물컹해서 깜짝 놀라 손을 허공에 데고 뿌리 쳤다. 뱀 껍질로만 알았든 아이는 살아 있는 뱀인걸 알고는 순간적으로 놀라고, 뱀은 뱀대로 놀라 아이 팔목을 감았고, 안간힘을 다해 뿌리치는데, 사정없는 毒蛇는 아이의 손등을 물어 버리고는 감았든 손목에서 풀리면서 땅으로 떨어졌다. "뱀에 물렸다!" 소리 지르며 앞마당으로 뛰어 나오는데, 신기하게도 북쪽하늘 에서 맑은 날인데도 천둥소리 같이 선명하게 "우 웅! 우 웅! 우 웅!" 하는 소리가 세 번 울리는가 하면 누군가가 "빨리 흙을 먹어라!" 하는 소리에 집 모퉁이를 돌아 나오면서 흙을 집어먹었다. 순식간에 사람들이 몰려오고 '겁도 없이 뱀을 손으로 거머쥐다니......" "장난이 얼마나 심했으면....."다들 한 마디씩 하는 것이다. 논에서 개구리를 잡아다가, 참기름 짜는 주머니에 넣고, 그 속에 뱀에 물린 손을 집어넣어 뱀 의 독을 개구리가 빨아내게 하는 등.... 독사뱀은 멀리 도망도 가지 않고, 담 밖에서 퉁퉁 부운 채 있는 걸 잡아서 죽였다 나. 그 때 들은 얘기로는 독사에게 물리면 하늘이 세 번 울지 않으면 죽는다고 했다. 지금도 황소와 뿔싸움해서 난 상처가 오른쪽 머리 뿔이 날 만한 위치에 길게 남아 있고, 왼 손등에는 독사에게 물려 생긴 흉터가 선명하게 남아 있다.
      청파의 <팔을베고 눈을 감으니>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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